현대차, 맏형 체면 구긴 이유는 "車 팔아 남은 게..."

자동차 부문 수익성 심각...바닥 찍고 반등 기대

카테크입력 :2017/01/26 14:31    수정: 2017/01/27 00:26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수익성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판매보증금충당금 전입액을 계산하는 4분기말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지출이 커진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25~26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6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88만266대의 차량을 판매, 전년(801만5천745대)보다 1.7% 감소했다. 하지만 매출은 전년(141조4천801억원)보다 3% 증가한 146조3천619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급차 판매 비중이 상승하고 금융 부문 매출액이 증가한 탓이다.

외형은 성장한 반면 실제 남은 몫은 크게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7조6천550억원으로 전년(8조7천122억원)보다 12% 감소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8조4천85억원) 이후 최저치로 영업익 8조원대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동생보다 형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은 6년 만에 5조원대 수익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며 역대 최저치를 2년 연속 갈아치웠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4%P 하락한 5.5%로 집계됐다. 2013년 9.5%에서 4년 연속 뒷걸음질치더니 6%대 사수에도 실패했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1년(10.3%)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지난 2006년(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07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마나 기아차의 경우는 작년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4.7%를 기록하며 2011년(8.1%)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차의 고민은 더 큰 데 있다. 수익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차량 부문 경쟁력의 약화다. 작년 현대차 차량 부문의 매출은 72조6천836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3조4천810억원으로 전년(5조1천420억원)보다 32.3% 급감했다.

4분기만 보면 더 심각하다. 차량 부문 영업이익은 8천25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43.6% 빠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간판 품목인 자동차를 팔수록 남는 게 예전보다 줄고 있다는 얘기다.

이익률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안 좋다. 지난해 차량 부문 영업이익률은 4.8%로 전년(7.1%) 대비 2.3%P 하락했다. 2천만원짜리 준중형 아반떼 1대를 팔아 100만원도 못 남기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연례 행사처럼 치러지는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꼽힌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는 늘어나고 매출 원가가 상승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과 인센티브 등 판매관리비용은 대폭 늘었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81.1%로 전년(80.1%) 대비 1.0%P 늘었다. 판관비 역시 5.0%P 치솟았다.

현대차 구자용 IR담당 상무는 "차량 1대당 인센티브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미국의 경우는 판매경쟁 심화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3천347달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825만대(현대차 508만대, 기아차 317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올해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주요 시장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서거나 둔화 국면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시장 수요가 0.1% 하락하며 8년 만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중국의 경우도 구매세 인하폭 축소로 올해 연간 4.4%의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작년(14.5%↑)보다 둔화가 예측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판매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형 그랜저(사진=현대차)

다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차 효과와 지역별 현지 전략 차종 출시를 통해 부진을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고수익 차종인 고성능 세단 모델과 RV 비중도 확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등 신차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은 물론 쏘나타, G70 등 주요 볼륨 모델의 상품성을 강화해 판매 모멘텀을 제고하고 SUV 풀라인업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장에서는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가 올해부터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지난주까지 약 2만3천대의 누적판매대수를 기록했다. 또 4분기 말부터 본격화된 평균 원·달러 상승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것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3월 선보일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상반기 예정된 소형SUV(프로젝트명 OS)도 내수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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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역시 모닝, 프라이드, 스팅어, 소형SUV 등을 출시하고 신차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주요시장인 미국에는 니로를 투입하고 중국에서는 중형 SUV 'KX7'과 SUV 라인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RV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글로벌 저성장 기조로의 전환과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개발 확대로 판매 관련 비용의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공장의 가동률 상승과 유가회복으로 인한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 소비심리 증대, 향후 통화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작년 4분기를 기저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