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대 매출에도 영업익 4년 연속 내리막

파업·신흥국 부진 탓...1분기 신차·환율 효과로 반등 기대

카테크입력 :2017/01/25 16:57    수정: 2017/01/25 17:27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4년 연속 후진하며 쓴 입맛을 다셨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제 벌어들인 이익은 줄어들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신흥국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판매보증금충당금 전입액을 계산하는 4분기말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지출이 커졌다. 올해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16년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 93조6천490억원(자동차 72조6천836억원, 금융 및 기타 20조9천654억원), 영업이익 5조1천9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형 그랜저(사진=현대차)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8% 증가해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을 또 다시 갱신했다.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SUV 및 고급차 판매 비중이 상승하고 금융 부문 매출액이 증가한 탓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485만7천933대를 판매 전년 대비 2.1% 줄었다. 내수시장에서는 7.8% 감소한 65만6천526대를, 해외시장에서는 1.2% 줄어든 420만1천407대를 각각 판매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3% 감소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5조9천185억원) 이후 6년 만에 5조원대 수익 수준으로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2년 연속 갈아치웠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4%P 하락한 5.5%로 집계됐다. 2013년 9.5%에서 4년 연속 뒷걸음질치더니 6%대도 무너졌다. IFRS 적용 이전인 지난 2006년(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추락했다. 당기순이익도 12.1% 줄어든 5조7천19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최병철 부사장(재경본부장)은 "2016년 전반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저성장 기조가 이어져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특히 지난해 자동차시장의 저성장이 지속되며 업체간 판촉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장기간의 생산 차질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하며 수익성이 전년 동기대비 다소 둔화됐다"고 말했다.

업계 역시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현대차 노사간 임금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파업으로 인한 조업 차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공장 생산량은 167만9천906대로 전년(185만8천395대)보다 9.6%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협 과정에서 노조가 24차례 파업을 벌이면서 14만2천여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이다.

여기에 내수시장 볼륨 모델인 신형 그랜저 출시와 환율상승 효과가 반영되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로 판매대수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싼 등 주요 SUV 차종의 판매를 확대하여 상품 믹스를 개선했고, 친환경 전용 모델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초석을 다졌다고 자체 분석을 내놨다.

관련기사

현대차는 올해 내수 68만3천대, 해외 439만7천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508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가 올해부터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지난주까지 약 2만3천대의 누적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4분기 말부터 본격화된 평균 원·달러 상승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것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등 신차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은 물론 쏘나타 등 주요 볼륨 모델의 상품성을 강화해 판매 모멘텀을 제고하고 SUV 풀라인업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