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출력해오라”…중견 IT서비스업체 속앓이

조달청 방침 불구 여전히 '출력물 요구' 많아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제안서를 출력해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참여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e-발주시스템을 통해 제안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했는데도, 제안서 발표 시 출력물 제출을 재차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참여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 2015년 말부터 공공SW사업 참여 기업의 편익과 비용절감을 위해 모든 제안서를 e-발주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받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80억 원 이상의 초대형 사업이 아니면, 제안서를 온라인으로만 제출하면 된다. 80억 이상 사업은 전체 협상계약 건수 중 2.9%에 불과하므로,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해당한다.

조달청은 제안서 온라인 제출이 현장에서 자리잡았다고 보고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제안서 평가를 조달청에서 하는 경우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처(발주 기관)가 자체 평가하는 경우 온라인으로 제출 서류를 조회를 할 수 없는 기관에 한해서 출력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처 자체 평가는 전체 공공IT서비스 사업 중 20% 정도 밖에 안돼, 제안서 발표 당일 USB에 파일을 담아와 바로 설명하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달청 e-발주시스템 화면 캡처

■ 조달청 호언장담 불구 현장 목소리는 딴판

하지만 실제 입찰 참여 기업들은 온라인 제출을 한 경우에도 발주처에서 제안서 발표날 관행적으로 출력물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으로 제출했는데도 발주처에서 제안서 발표 당일에 출력물로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발주 기관 자체 평가는 평가 위원 수대로 출력해야 하고 조달청 사업 중에도 온라인 제출이 늘긴 했지만 출력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출력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중견 IT서비스 업체들에게 제안서 출력으로 인한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제안서 분량이 200~300페이지에 달하고, 요약서는 50~100페이지,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30~50페이지에 이른다. 이 자료들을 인쇄 업체에 제본으로 맡겨 평가위원 수(보통 7~9명 수준)대로 출력해야 한다. 분량이 상당하다보니, 출력물을 들고 이동하는 일과 폐기하는 일도 번거롭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제안서를 제본으로 만드는 데 몇 백만원이 들어간다"면서 "출력물의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카트에 실어 몇 박스씩 들고 가는 것도 고역인데, 이렇게 들고가도 열어보지도 않는다. 그냥 버릴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자원 낭비가 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달청에선 원칙적으로 온라인으로만 제출하면 된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선 ‘온라인 제안서 제출 확대’ 조치가 안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년에 60번 이상 공공SW 사업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출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제안서 출력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관련부처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