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재계 총수 구속에 공정해야 한다

데스크 칼럼입력 :2017/01/13 17:47    수정: 2017/01/13 20:05

독일은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팍티쉬(postfaktisch)'를 선정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탈(脫)팩트'란다.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이 아닌 느낌적 팩트, 이성보다는 주관적 감정에 호소해 모든 결정을 내리거나 여론을 형성하려는 정치 사회적 세태를 빗댄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지난해 선정한 '올해의 국제어'인 영어 '포스트-트루스(post-truth)'와 같은 맥락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삼성 수사에 마지막 고삐를 죄고 있다.

어제 오늘 이틀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이르면 내일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지시로 삼성의 경영승계에 중요한 고리인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고 최씨가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에 승마 지원 명목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게 특검의 논리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도 "재차 소명하지만 (재단 출연이나 최순실 지원은)결코 합병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억울해 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모두 갖고 있었던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판단을 한 것이고 합병을 통한 회사의 미래가치에 소액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지 부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최씨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요와 강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본부와 국회 청문회에서 진술한 것처럼 특검에서도 '어떤 반대급부를 바라고 기금 출연을 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 수사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만약 어떤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면 그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특검 입장에서 도주 우려가 없는 대기업 수뇌부의 인신을 구속하는 일은 매우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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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 실체적 증거를 갖고 수사를 진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대통령-최순실의 뇌물죄 입증을 위해 이미 짜 맞춘 수순이나 감성적 여론에 떠밀려 대기업 총수를 잘못 옭아매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정황상 그렇다거나 빈약한 물증으로 기업을 몰아붙이는 것은 이성보다는 주관적 감성에 호소하려는 '탈팩트 세태'를 심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