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음성인식비서 '알렉사', 구글-애플 넘어설까

CES서 위력 입증…"스마트폰 생태계 넘기엔 역부족"

인터넷입력 :2017/01/11 13:22

손경호 기자

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이 기술이 탑재된 스피커 '아마존 에코'가 지난해 기준 500만대 판매된 데 이해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영역에 걸쳐 기술 확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 CES 2017에서 아마존 알렉사가 다른 주요 제조사들 보다 주목 받은 숨은 승자였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아마존 개발자 사이트에 따르면 알렉사는 음성을 통해 기기와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스피커 형태로 개발된 아마존 에코 등 외에도 여러기기에 탑재해서 사용자의 음성에 따라 음악을 재생하거나 일반적인 질문에 답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등 기능을 제공한다.

사람이 대화하는 것과 같은 자연어 이해/처리를 지원하며 특히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많이 활용할수록 기존 대화패턴, 사용되는 단어, 개인적인 취향 등 데이터를 반영해 더욱 똑똑해진다고 아마존은 강조한다.

아마존이 CES 2017을 기점으로 음성인식비서인 알렉사를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구글, 애플 만큼의 파급력을 가질지, 프라이버시 보호는 어떻게 해야할지, 개발자 생태계가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갈 수 있을지 등에서 장기적인 성장성은 지켜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사 확산전략 '무료 생태계' 먹혔다

아마존의 알렉사 확산전략은 '무료 생태계'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2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lexa Voice Service)'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통해 알렉사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여러 기기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용자 데이터들은 알렉사를 더 똑똑한 비서가 되도록 돕는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알렉사를 여러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알렉사 스킬 키트(Alexa Skills Kit)'는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관련 API와 툴, 문서, 코드샘플 등을 제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알렉사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러한 무료 생태계를 갖춘 알렉사는 최근 CES 2017를 기점으로 전방위 확산에 나섰다. LG전자가 'LG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에 알렉사를 탑재해 요리 하는 중에도 음성명령으로 음악재생, 뉴스검색, 온라인 쇼핑, 일정확인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포드가 싱크3 시스템에 알렉사를 처음 적용한 이후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자율주행차 라인업을 갖춘 아이오닉에 탑재된 차량원격제어서비스인 블루링크 에 알렉사를 도입했다. 폭스바겐도 올해부터 자사 차량에 이러한 서비스를 적용한다. 자동차에 이식된 알렉사는 운전자가 내린 음성명령에 따라 엔진 시동을 걸거나 끄고, 문을 잠그거나 푸는 일, 연료량 체크, 전기차의 경우 충전상태 확인, 주행 중인 도로의 위치와 집까지 주행시간 등을 알려주는 용도로 쓰인다.

이밖에도 오디오북이나 최신 뉴스를 요약해 읽어주거나 아마존닷컴 쇼핑리스트에 상품을 담는 등 서비스도 지원한다.

CES에서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9에 알렉사를 탑재했다고 발표했으며, 레노버는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레노버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아마존 알렉사는 알렉사 스킬 키트, 알렉사 음성 서비스로 구성된다.

■아마존, 구글-애플 넘을 수 있을까?

CES 2017에서 알렉사는 가장 많이 회자된 키워드였지만 이 같은 인기몰이가 장기적으로 구글, 애플 등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다.

미국 지디넷은 아마존 알렉사가 세계를 재패하지 못하는 4가지 이유를 들었다.(관련기사)

먼저 음성인식 비서는 훌륭한 서비스이지만 모든 곳에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운전 중이거나 요리를 하는 등 두 손이 모두 쓰고 있을 때는 음성명령을 내려 추가적으로 필요한 일을 도울 수 있겠지만 키보드, 마우스를 이용해서 처리하는 보다 복잡한 업무까지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명령 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가정이 아니라 소음이 많은 사무실 공간 같은 곳에서는 알렉사를 활용한 서비스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알렉사로 관련 생태계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다. 스마트폰 앱 개발 생태계는 게임을 중심으로 여러 개발사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알렉사의 경우 그만큼의 잠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알렉스 스킬 키트는 7천여개 정도가 등록돼 있으나 모두 무료로 공개돼 있다. 아마존은 1억달러 규모로 알렉사 펀드를 구축해 개발자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가 그랬던 것처럼 알렉사 스킬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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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라인업을 갖춘 아이오닉과 올해 출시되는 여러 차량에 알렉사를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세번째는 프라이버시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알렉사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자의 음성명령 데이터를 기록한다. 사용자가 원할 경우 이러한 기록을 삭제할 수도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아마존 에코를 사용해왔던 살인용의자를 수사하기 위해 아마존에 용의자의 음성정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보도됐다.

끝으로 구글, 애플 등이 알렉사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 음성인식 비서는 아직까지 알렉사와 같이 여러 곳으로 영역을 넓히며 주목받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스마트가전 혹은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허브가 될 스마트폰 생태계를 쥐고 있는 만큼 아마존에게 쉽게 이런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구글은 아마존 에코를 겨냥한 구글홈이라는 스피커를 출시했다. 애플은 아이폰, 애플TV 등으로 이어지는 스마트홈 생태계를 수 년 전부터 구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