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시간을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리자.”
최근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에게 주어진 전기차 관련 미션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곳은 바로 LG화학과 삼성SDI다.
이들은 최근에 20분 충전으로 최대 500km까지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전념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20분 충전으로 500km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2세대와 3세대 전기차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 전기차 글로벌 배터리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포부다. 여기서 2세대 전기차는 300km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를 뜻하며, 3세대는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로, LG화학이 정한 용어다.
LG화학은 8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비공개 부스를 마련해 장거리 전기차 시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해당 부스에는 전기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LG화학 배터리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20분 충전500km 주행’ 배터리 경쟁에 동참했다.
삼성SDI는 9일(한국시각)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에서 20분 급속충전 기술이 접목된 ‘고에너지밀도 600km 주행 배터리 셀’을 공개했다. 20분 급속충전으로 80% 용량의 배터리를 채워 50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4년부터 매해 북미국제오토쇼에 참여한 삼성SDI는 충전 시간이 아닌 장거리 주행용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내외장재 전시에 전념해왔다. 이후 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며 충전 시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삼성SDI는 올해 처음으로 충전 시간이 언급된 배터리팩 기술을 선보이게 됐다.
LG화학과 삼성SDI가 ‘20분 충전·500km 주행’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전념하자, 이들의 배터리를 쓰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도 하나둘씩 미래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재규어는 올해 안에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전기 SUV 양산 모델을 공개한다.
주인공은 I-PACE로 LG화학의 90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용량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한번 충전으로 최대 5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BMW, 다임러, 아우디, 볼보 등도 500km 주행가능한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오는 2019년부터 2025년 사이에 해당 주행거리를 충족하는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개발 추세로 봤을 때 ‘20분 충전500km 주행’ 전기차 배터리가 2018년 이후에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분 충전·500km 주행’ 전기차 배터리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경우 국가별 급속 충전시 효율이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급속충전 효율은 50kW이며, 미국의 경우 100kW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효율이 높을수록 최대한 빠른 시간에 최소 80%부터 90%까지의 배터리 충전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성능 배터리가 잇달아 출시되더라도 충전기에 따라 충전 가능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20분 충전·500km 주행’ 전기차 배터리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중요 요소이지만, 시장이 확산되는 데 걸림돌도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문제다. 60kWh 배터리가 탑재돼 한번 충전으로 최대 337km까지 갈 수 있는 테슬라 모델 S 60의 경우, 판매가가 5만5천달러(약 6천581만원)다. 100kWh 배터리 팩으로 최대 506km까지 갈 수 있는 테슬라 모델 S P100D 가격은 12만1천500달러(약 1억4천539만원) 수준이다. 장거리 전기차 시대가 보편화되려면 높은 가격 자체를 낮출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분 충전·500km 주행’ 전기차 배터리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도움이 안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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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20분 이내 급속충전은 일상 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시간을 단축시키는 급속충전을 자주 시키게 되면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부터 부산 톨게이트까지의 거리가 약 377km다”며 “우리나라에서 연비 운전만 잘한다면, 200km 이내 주행 가능한 보급형 전기차 선택이 최우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