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디자인 특허소송, 아직 갈길 멀다

美대법, 판결문 송부…항소법원, 배상확정 난해

홈&모바일입력 :2017/01/03 14:57    수정: 2017/01/03 15: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대법원에선 승리했지만 여전히 미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소송 얘기다.

미국 대법원이 3일(현지 시각) 삼성 승소 판결을 한 명령장을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정식 발송한다. 특허 전문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대법원 명령장을 송부 받는대로 파기 환송심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삼성과 애플 간의 1차 특허소송은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 왔다. 1심에서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배상금을 부과받으면서 ‘징벌적 제재’에 가까운 평결을 받았던 삼성은 이후 전세를 크게 바꿔놨다.

2014년 끝난 항소심에선 배상금을 5억4억800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 받았던 삼성은 곧바로 대법원 상고 신청을 했다.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상고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항소법원. 특허소송 항소심 전담 법원이다. (사진=위키피디아)

■ 대법원은 원칙만 제시…구체적 배상범위 여전히 오리무중

지난 해 12월 끝난 대법원 상고심은 바로 그 부분을 다룬 것이다. 무려 122년만에 열린 디자인 특허 소송 상고심에서 미국 대법원은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책정한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삼성 입장에선 디자인 특허 침해 혐의까지 씻어내진 못했지만 배상금 액수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두 회사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은 IT 업계 전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기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 때 배상금을 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 판결 명령서를 공식 송부받는대로 ‘디자인 특허 침해에 따른 적정 배상금’을 산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 미국 특허법 289조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 변호사가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씨넷)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article of manufacture)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이 조항에서 배상 기준으로 정한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놓진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해 12월 판결 당시 “제조물품성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 뿐 아니라 그 제품의 부품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면서 “따라서 특허법 289조의 제조물품을 최종 제품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 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제조물품=스마트폰 완성품’이란 항소법원 해석이 잘못됐단 판결 외엔 다른 아무런 기준도 내놓지 않았다. 실제 스마트폰에서 제조물품성을 어떻게 구분할 지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 부분은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풀어야 한다.

■ 내부 디자인 다룬 D305 특허 배상범위가 특히 쟁점

문제는 삼성과 애플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쟁점이 된 특허들의 제조물품을 따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 특허는 크게 세 가지였다.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D677 특허권, D677에 베젤을 덧붙인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중 D677과 D087은 스마트폰의 외부 케이스와 관련이 있다. 반면 화면에 아이콘을 배치한 D305는 내부 디자인을 다루는 특허권이다.

외부 케이스와 관련된 두 특허권은 그나마 전체 스마트폰에서 기여하는 부분을 산정하는 것이 수월할 순 있다. 하지만 D305는 전체 스마트폰에서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따지는 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소송에선 삼성과 애플 두 회사가 이 문제를 놓고 또 다른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이콘 배열 범위를 규정한 애플 D305 특허권.

물론 항소법원에서도 엉뚱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두 회사가 규칙을 확정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지만, 기록을 뒤지는 험난한 작업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상고심에서 패소한 애플 측이 하급심 재판 기록을 샅샅이 훑어보면서 의외의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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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소송은 대법원에서 명확하게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의회에서 제정한 특허법 289조 자체를 무시하거나 수정해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상고심까지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 회사 공방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