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세계 주요 여행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떠들썩했다. 우선 프랑스와 터키 등 유럽 국가에서 무자비한 테러가 자행됐고, 중남미에서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다.
또 일본, 대만, 엘살바도르 등 '불의 고리'를 중심으로 연달아 지진이 발생했다. 비교적 지진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면서 경각심을 새삼 일깨웠다.
각종 대내외 변수가 많았음에도 한국 여행산업은 견고하게 성장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2천만 명을 돌파해 전년보다 약 14% 증가한 2천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인터파크투어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11일까지 국제선 항공 예약 DB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여행 트렌드를 살펴봤다.
지난해에도 일본의 강세는 여전했다. 오사카와 도쿄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후쿠오카도 7위를 기록했다. 2016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상위 10개 도시는 오사카, 도쿄, 타이페이, 방콕, 홍콩, 상해, 후쿠오카, 싱가포르, 괌, 마닐라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비행 시간이 4시간 이내로 짧은 근거리 도시들이 상위권에 자리매김하며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들 상위 10개 도시를 방문한 여행객의 비중은 전 세계 도시 가운데 무려 43.8%에 달했다. 반면 계속되는 테러 영향으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전통적인 유럽 인기 도시들은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
■2017 주목해야 할 여행지 6선
인터파크는 지난해 인기가 급등한 도시 중 주목할 만한 여행지 6곳을 선정, 공개했다.
주요 여행 권역별로 살펴본 결과 북유럽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의 성장률이 가장 눈에 띄었다. 2015년 대비 무려 45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지역이였지만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 소개된 이후 위상이 달라졌다. 아이슬란드는 오로라를 비롯해 빙하, 거대협곡 등 경이롭고 신비한 자연경관으로 한국인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동유럽 발칸반도의 중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4.4배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세르비아는 그 위치조차 짐작가지 않을 정도로 익숙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가 여행지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점차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 발칸반도의 다른 주변 국가까지 여행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동남아에서는 다낭, 나트랑을 능가하는 자연경관을 가진 베트남의 숨은 휴양지 푸꾸옥(4.6배 증가)이 단연 돋보인다.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등 부대시설을 보유한 빈펄리조트가 유명해지면서 가족 여행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본 규슈 사가현도 2015년 대비 방문자가 3배 급상승한 지역이다. 사가현에는 우레시노 온천 외에도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올레길, 아리타 도자기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과 힐링의 도시로 인기를 얻으며 명성을 쌓고 있다.
중국은 계림(2배 증가), 미주에서는 캐나다 퀘벡(2배 증가)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성장했다. 계림은 주로 중국 여행을 한번 이상 다녀온 40~60대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다. 최근 tvN드라마 ‘도깨비’의 흥행과 함께 극 중 배경으로 등장한 캐나다 퀘백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도시 퀘백은 북미 유일의 성곽 도시로 중세 유럽에 온 듯 고풍스러운 느낌이 가득하다.
■여성은 미식과 쇼핑, 남성은 화려한 야경과 나이트라이프
인터파크투어에서 지난해 국제선 항공권을 예약한 고객을 성별로 분석해본 결과 여성이 54%, 남성은 46%로 집계됐다. 재미있는 것은 성별 선호도다. 여성과 남성의 성별 선호도를 살펴보면, 여성은 오사카, 타이페이, 홍콩, 싱가포르, 런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남성은 도쿄, 방콕, 상해, 마닐라, 청도 지역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들은 쇼핑과 미식으로 이름 높은 도시들이며 대중교통이 발달해있고, 치안 또한 안전해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다. 게다가 예쁜 벽화, 건물 등 도시 곳곳이 포토존이라 멋진 사진도 보장한다. 남성들은 화려한 야경과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선호했다. 이들 지역은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어 부담이 적을 뿐더러 비행시간도 짧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여행지도 조금씩 달랐다. 전 연령대의 사랑을 두루 받은 오사카와 도쿄, 타이페이를 제외하고, 10대는 대표 가족여행지인 괌, 20대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려는 대학생의 수요로 인해 런던과 파리가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30대는 휴양과 쇼핑이 모두 가능한 방콕과 괌이, 40대는 화려한 야경과 특별한 식도락을 자랑하는 상해, 홍콩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구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상해와 청도는 50대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으며, 60대 이상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후쿠오카 등 일본의 료칸 여행을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코노미 시대 개막…10명 중 3명 '나홀로 여행'
나홀로 문화가 만연하면서 '1코노미(1conom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 이어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여행객 10명 중 3명이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1인 여행객 중 성별비중은 여성 52.3%, 남성 47.7%로 나타나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을 선호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1인 여행에 좀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여행 시장 노리는 11번가, '항공권' 판매2017.01.03
- 해외 자유여행자용 모바일메신저 '여행톡집사' 나와2017.01.03
- 티몬, 해외 호텔 예약하면 10% 적립금 제공2017.01.03
- 여행예약 시장도 '모바일 강풍'2017.01.03
1인 여행자 중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3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20대가 32.6%를 차지했다. 특히 자신을 위한 경제적 시간적 투자에 적극적인 25~39세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해 이들이 최근의 소비 트렌드인 '욜로(한 번 사는 인생을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 라이프'를 주도하는 세대임을 알 수 있다.
혼행족 인기 여행지 1위는 일본 도쿄가 차지했다. 그 뒤로 2위 중국 상해, 3위 일본 오사카, 4위 태국 방콕, 5위 홍콩, 6위 대만 타이페이, 7위 필리핀 마닐라, 8위 영국 런던, 9위 중국 청도, 10위 중국 북경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에 포함된 도시들을 살펴보면 주로 접근성이 좋은 아시아권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