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3년 만에 가로막힌 800만대

작년 788만대 판매...노조 파업 직격탄

카테크입력 :2017/01/02 17:36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3년 만에 글로벌 800만 판매 고지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한데다 노조 파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간 목표로 설정했던 813만대(현대차 501만대·기아차 312만대)에도 못 미치며 2년 연속 연간 판매목표 달성이 물 건너 갔다.

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총 486만49대를, 기아차는 302만217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 1.0% 줄어든 수치다. 현대·기아차를 합친 지난해 전체 판매량은 788만266대로 전년(801만5천745대)보다 1.7%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처음으로 800만대 판매를 넘긴 후 이듬해에도 801만대를 팔며 2년 연속 800만대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판매 목표치를 전년보다 낮게 잡았음에도, 판매실적은 되레 전년보다 13만대 쪼그라들었다.

신형 그랜저(사진=현대차)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국내외 전반적인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신흥국 경기 침체 ▲SUV 및 픽업 트럭 중심의 시장 확대 ▲환율 리스크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작년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국내 공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했고, 이는 내수판매 급감으로 이어져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이지만 특히 지난해는 손실이 컸다. 작년 진행된 파업으로 현대차는 14만2천400대, 기아차 11만6천600대 등 총 25만9천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2만8천700대) 대비 9배 늘어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파업으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 차질 영향이 반영된 3분기 부진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7.8% 감소한 65만8천64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해외에서는 420만1천407대를 판매, 1.2% 감소하며 선방했지만, 내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그나마 12월 월간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그랜저의 선전이 향후 내수 실적 개선에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기아차는 신형 K7과 레저용차량(RV)의 호조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53만5천대를 판매,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국내 생산 부족 영향으로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1.5% 감소한 248만5천21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전체적으로는 1.0%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825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목표로 제시한 813만대보다 12만대 증가한 규모로 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목표치다. 올해 역시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은 여의치 않지만 해외 생산량의 증산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도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 침체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시장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새로운 차급 시장으로의 진출, 해외 공장 가동에 의한 생산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연간 판매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글로벌 판매량도 900만대 고지를 넘는 데 실패했다. 2015년 900만대를 첫 돌파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문턱에서 좌절하게 됐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데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부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전 세계 시장에서 889만445대를 판매해 전년(901만1천240대) 대비 1.3% 감소했다. 내수판매는 158만8천572대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으나, 수출은 730만2천48대로 1.7% 줄었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말리부와 스파크 등 주력 차종을 앞세워 전년 대비 13.8% 늘어난 18만275대를 판매, 출범 이래 역대 최대 내수 판매실적을 갱신했다. 하지만 수출이 전년 대비 10.0% 감소한 41만6천890대에 그치며 전체 실적은 4.0% 줄어든 59만7천165대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SM6와 QM6의 판매 호조로 38.8% 증가한 11만1천101대를 판매하며 당초 판매 목표(10만대)를 11% 이상 초과 달성했다. 수출 역시 2.0% 감소한 14만6천244대로 선방해, 국내외 총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12% 성장한 25만7천345대를 기록했다.

쌍용차도 작년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3.9% 증가한 10만3천554대를 판매해 13년 만에 내수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2009년 이후 7년 연속 증가세도 이어갔다. 수출 역시 티볼리 브랜드가 글로벌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전년 대비 15.9% 증가한 5만2천290대를 기록했다. 쌍용차의 지난해 국내외 판매량은 총 15만5천844대로 전년 대비 7.7%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