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SW기업, 중국시장 진출 "어렵네"

사드배치-소스 공개 등 안팎 악재로 고민

컴퓨팅입력 :2016/12/23 16:47    수정: 2016/12/23 16:59

중국 시장을 노리는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한중 관계가 냉랭해진 데다 중국 정부가 보호주의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길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외부 요인은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다. 사드 배치가 공론화된 이후 두 나라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수출길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하지만 국내 SW업체들이 더 신경쓰는 건 중국의 새 사이버보안법이다. 내년 6월부터 이 법이 발효될 경우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IT기업들은 무조건 소스코드를 제공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기회의 땅' 중국은 이제 '위험요소 많은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 사드 이후 계약 해지 사례도 등장

한 때 중국은 국내 SW기업들에겐 해 볼만한 시장이었다. 중국내 반미(反美) 감정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SW를 공공연하게 배제했다. 그 틈새를 노려서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반사이익을 누린 국내SW업체들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된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사드 후폭풍'을 맞은 업체도 등장했다.

국내 사용자인터페이스(UI) 플랫폼 공급업체 투비소프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투비소프트는 최근 중국 상하이시 정부의 국영투자기관 ISPC로 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투비소프트와 ISPC는 지난 2월 한국 강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와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바 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ISPC로부터 “한국 지사 철수 및 최근 사드 배치 등 한중 관계에 민감한 사항으로 인해 더 이상 MOA계약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으로 판단해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협력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3일 또 다시 공시를 내고 "민감한 한중관계 때문이 아니라 ISPC 내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MOA를 해지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해지 통보 사유가 심상찮은 건 마찬가지다.

■ 내년 6월부턴 '소스코드 공개 의무화'도 부담

중국이 모든 해외 SW기업에게 소스코드 공개를 요구하는 정책 변화도 SW업체들에겐 신경쓰이는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 11월 초 자국에서 사업하는 해외 IT업체에 제품 소스코드를 제공하도록 하는 새 사이버보안법을 통과시켰다.이 법은 내년 6월부터 발효된다.

해외SW 제품인 경우엔 예외 없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SW(SaaS)는 물론, 중국 기업과 중국내 합작법인을 세워 판매하는 제품도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소스코드 공개 문제로 SW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고민에 대처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차이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등 신규 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시장 규모를 생각했을 때 중국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면서 '틈새'를 고민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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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SW 업체 관계자는 “중국SW기업들의 기술 역량이 상당히 높아져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도 어려운데다, 소스코드 제공 요구로 기술유출 위험까지 있어 중국 시장에서 여러움이 예상된다”며 “내년엔 IT기술에 대한 수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좀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SW업체 관계자는 “소스코드는 반드시 최신 것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전 버전 것을 제공하는 등 기술유출을 막을 방법이 있다”며 "중국은 IT보급률이 아직 낮기 때문에 SW시장이 무궁무진하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이렇게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