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차 산업혁명 올라탈 준비 됐나?

[기자칼럼] 탄핵 정국서도 미래는 설계해야

과학입력 :2016/12/16 16:11    수정: 2016/12/18 10:35

최경섭 기자

정부가 범 국가적인 혁신을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지능정보 기술을 산업 전반은 물론 국방, 의료, 복지, 교통, 금융 등 사회 전 분야에 확산시켜 국가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정부는 향후 2030년까지 신산업 부문에서 85조원, 경비절감 부문에서 199조원, 소비자 편익-후생증대를 통한 효과로 175조원 등 최대 46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장밋빛 4차 산업혁명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시계는 아직 짙은 ‘안갯속’이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의 열차’에 올라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 열차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범 국가적으로 견인해야 할 정치권이나 정부는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속에 급격히 추진력을 잃고 있고, 기업은 또 기업대로 기존 주력산업이 서서히 퇴락하는 와중에서도 선뜻 미래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

다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는 높이고 있지만, 선뜻 그 냄비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세계 25위...기업도 신시장 편입 '멈칫'

한국은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참 뒤진 후발주자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UBS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노동유연성, 기술수준, 교육시스템, SOC(사회간접자본 인프라), 법적보호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5대 요소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전체 조사대상국 139개국 중에 25위를 기록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보다도 떨어지는 수치다. 교육(19위), 인프라⑳ 수준은 비교적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경직된 노동시장(83위), 기술부문(23위)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가장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산업연구원이 스마트카, 융복합소재, 헬스케어, loT 등 미래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미국을 100으로 할 때 일본은 81.5, 한국은 68.3에 그친 것으로 평가됐다. 그동안 우리보다 한참 아래로 생각하던 중국도 55.6으로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300개 수출 주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66.3%가 주력산업의 수명주기가 끝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미래 신사업을 구상하거나 검토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급락하고 있는데도, 미래 신사업 진출은 주저주저 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 문화가 더 고착화되는 구도에서, 국내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시장진입이 늦춰질 경우, 대한민국의 희망도 없다.

정부가 아무리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 전략에서 시장을 리딩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전환한다 해도, 이처럼 기업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원식 맥킨지인코퍼레이티드 코리아 대표는 “사용자가 5000만명이 넘는데, 라디오는 38년, 페이스북은 1년이 걸렸던데 반해 포켓몬은 불과 59일이 소요됐다”면서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혁신도 빨라진다”고 기업과 정부의 속도감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리더십-컨트롤타워 '실종'...규제개혁 매번 '공수표'

4차 산업혁명의 리더십, 컨트롤타워 부재도 큰 난제다.

최근에는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중단이 현실화 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끌고갈 핵심 동인들이 실종됐다. 특히 차은택 등 비선 실세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부 개편도 거론되고 있다.

지능정보 기술이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간, 또는 이업종 기업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일관되고 추진력 있게 끌고갈 나갈 리더십, 컨트롤타워의 복원이 절실하다.

높은 규제 문턱도 큰 난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특례 적용을 받는 규제 프리존을 지정하고, 이를 기업들이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기업체는 물론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지만,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된데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대기업 특혜’논란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원격진료 등 미래 신사업들도 기존 제도권 업체들의 반발과 높은 규제장벽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은 미래 4차 산업혁명 산업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창업 생태계의 천국이다. 그 이면에는 신기술-신사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철학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규제완화, 네거티브 규제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행단계에서는 기득권 세력과 이해 관계자들의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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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탈 준비가 돼 있는가?”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 모두 이같은 질문에 빨리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