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사 키워드...안정 속 위기 돌파

구본무 회장 체제 유지...LG전자, 신성장 동력 인사 전진 배치

디지털경제입력 :2016/12/01 14:43

재계 4대 그룹 중 1일 가장 먼저 각 계열사 인사를 실시한 LG그룹 인사의 틀은 불확실한 대외 경제 환경 속 위기 돌파와 지속성장으로 요약된다.

내년에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급격한 변화 보다는 안정 속에 위기 돌파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최고 경영진들의 판단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등 요동치고 있는 정국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이날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등 주요 핵심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구본준 (주)LG 부회장

그룹 전체적으로는 내년에도 구본무 LG 회장의 그룹 경영 총괄 체제가 변동 없이 유지된다. 하지만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은 예전보다 커진다.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에서 그룹 경영 전반을 살피고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는 쪽으로 확대된다.

구 부회장이 향후 LG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구광모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는 동안 4세 경영체제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룹에서 역할을 강화하는 장기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승진이나 이동이 없었다. ㈜LG에서는 조갑호 CSR팀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LG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위기 돌파 및 지속 성장을 위해 구본무 LG 회장의 그룹 경영 총괄 체제를 변동없이 유지하면서 구본준 ㈜LG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경우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기업의 명성을 이어가고 미래 신성장 동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LG전자는 이날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1인 CEO 체제로 전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직급별로는 부회장 1명, 사장 1명, 부사장 5명, 전무 13명, 상무 38명 등 총 58명이다. 승진 규모는 지난해 38명 보다 크게 웃돌았다. 2005년(60명) 이래 최대 규모다.

LG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며 "또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고의 경영 실적을 내고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 사업을 담당할 H&A 사업본부와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 출신 인사들의 전진 배치이다. 부회장 승진과 사장, 부사장 승진 인사가 모두 가전 쪽에서 나왔다.

조성진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부회장 (사진=LG전자)

먼저 엔지니어 출신인 조성진 사장은 1976년 9월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2007년 부사장(세탁기사업부장), 2013년 사장(HA사업본부장)까지 승진하면서 40년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고졸 출신으로 그야말로 실력 하나로 밑바닥부터 훑고 올라온 세탁기 달인이라는 평가다. 품질, 기술력 등을 앞세워 LG전자를 글로벌 선두 가전 업체로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올해 H&A 사업본부가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이룬 업적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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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을 대신해 H&A 사업본부장은 송대현 CIS지역대표 겸 러시아법인장이 맡는다. 송 사장은 1983년 입사 후 에어컨 컴프레서, 조리기기, 냉장고사업부장 등을 거친 가전 출신이다. 트윈워시, 스타일러 등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 받은 전시문 CTO L&A(Living & Air Conditioning)연구센터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EV' 부품의 성공적인 개발 및 공급에 기여한 양웅필 상무가 전무로, VC북미사업센터 장원욱 상무와 조영삼 부장가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 발탁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충호 에너지사업센터솔라BD담당을 비롯해 이상윤 한국B2B 그룹장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맡고 있는 인사들의 중용이 눈에 띈다. 이밖에 세계 최고 효율 터보 칠러 기술 개발해 글로벌 공조사업 선도에 기여한 정진희 H&A 에어솔루션연구소 칠러선행연구팀장(수석연구위원)이 부사장 승진했다.한편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 사장, 전장부품 사업을 맡고 있는 이우종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장 사장, 권봉석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부사장,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 사장은 변동 없이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