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말리부 덕에…" 신바람 난 한국GM 부평공장

절반 밑돌던 2공장 가동률 '쑤욱'…"일복 터졌네"

카테크입력 :2016/11/30 08:55    수정: 2016/11/30 09:34

정기수 기자

(인천 부평=정기수기자)29일 오후 1시 인천광역시 한국GM 부평공장. 강추위로 매서운 바깥 날씨가 무색할 만큼, 공장 안은 현장 직원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점심 시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근무자들의 얼굴에는 이내 구슬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올해 내놓은 야심작인 중형 세단 '신형 말리부'의 흥행 성공으로 활력을 되찾은 부평공장 생산 현장의 풍경에서는 이전과 다른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에는 직원들의 결의가 담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2016 부평2공장 혁신이 생존이다. 생존 경쟁력 확보, 고객감동 차세대 말리부 출시'라는 문구 너머로 작업에 여념이 없는 조립2공장의 생산 현장을 찾았다.

부평공장은 1962년 자동차 조립공장, 1971년 엔진공장이 준공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다. 대우자동차와 GM대우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국내 대표 자동차 생산공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부평공장의 총 면적은 99만1천740 m²로,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어져 차체, 프레스, 조립, 도색 등 공정별 공장들로 구성돼 있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총 36만대 수준이다.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 조립 라인(사진=한국GM)

현재 두 개의 생산라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부평 1공장에서는 소형 세단 아베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를, 부평 2공장에서는 중형 세단 말리부와 SUV 캡티바, 안타라(수출용 모델)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동률이 절반을 밑돌던 부평 2공장이 신형 말리부 덕에 상황이 호전되자 이를 가장 반긴 건 공장 근로자들이었다.

부평 2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 2~3일 밖에 가동이 되지 않는 등 정상적인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신형 말리부가 국내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말리부는 출시 8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했으며, 5월말 판매 개시 시점까지 1만5천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돌풍으로 회자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 역시 본격 생산에 돌입했던 5월을 기점으로 가동률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기간이었던 지난 8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가동률은 90%에 육박한다.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 조립 라인(사진=한국GM)

특히, 신형 말리부의 출시 직후 임시 공휴일은 물론 하계 휴가까지도 반납한 채 주야 2교대로 생산을 진행할 만큼 특근과 잔업이 늘어났다. 실제 이날 부평2공장 조립라인에는 펜더 보호구 색깔별로 '신형 말리부(초록색)', '캡티바(하늘색)' 등 한국GM의 주력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이동하고 있었다. 이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32대. 2분마다 차량 1대가 만들어진다.

한국GM 부평 조립2공장 김태영 상무는 "신형 말리부가 예상을 훌쩍 넘는 인기를 끌면서 주문량이 밀려 들며 공장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쉴 틈 없는 잔업과 특근으로 몸은 조금 힘들어도 직원들의 표정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해졌다"고 전했다.

각 라인별로 엄격한 검수 시스템으로 품질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각 공정 작업자는 모니터를 통해 적합한 부품이 장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조립한다. 문제가 생기면 경보와 함께 라인 가동이 중단된다. 작업 결과를 다시 확인한 후 '비전 시스템'을 통해 카메라로 스캔, 불량 여부를 재차 확인한다. 신형 말리부의 경우 불량 없이 곧바로 출고되는 '직행률'이 약 95%에 육박한다.

■노사 교섭 타결 후 생산 정상화 박차...상품성 강화 모델가세

올해 노사 교섭이 타결된 데 이어 지난달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호전됐다. 지난 9월 한국GM 노사 간 교섭이 마무리됨에 따라 말리부의 생산이 정상화되고 출고 여건이 대폭 개선됐으며, 지난달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의 판매 개시를 기점으로 그동안 적체돼있던 미 출고 물량 역시 말끔히 해소됐다.

한국GM 생산부문 조연수 부사장은 "신규 수요 충족을 위한 생산도 대폭 늘려 말리부의 최근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달 들어 매주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도 일부 작업을 이어가며 과거 최대 4달까지 소요되던 계약 후 고객 인도 기간을 1달 이내로 단축시킴에 따라 고객들의 불편함도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GM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 쉐보레 말리부가 조립 라인을 거쳐 최종 검수라인을 통과하고 있다(사진=한국GM)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이 꾸준한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점도 호재다.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은 판매 개시 초반이던 지난달 말, 영업일 기준으로 단 1주일 만에 3천대 이상이 판매됐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이 지속적인 수요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부평공장의 활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말리부, 국내 가솔린 중형세단 판매 1위...수출길도 호조

올해 효자 차종으로 새롭게 부상한 말리부는 부평공장은 물론, 한국GM 임직원 모두의 기대와 자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평공장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말리부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으로 수출되는 말리부도 생산하고 있다. 말리부는 지난 8월부터 중동 지역 국가들에 본격 선적을 시작했다. 8월부터 10월까지 월 평균 1천대 이상이 선적되며 전년동월 대비 각각 150~200%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의 수출 호조로 한국GM의 뛰어난 기술력은 물론, 부평공장의 우수한 품질력과 쉐보레를 대표하는 글로벌 중형차로서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2016년 6~10월 국내 가솔린 중형차 판매실적 및 내수점유율 비교(표=한국GM)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전략을 전격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말리부는 가솔린 모델 만으로도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일반 소비자 판매의 주를 이루고 있는 가솔린 중형차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전체 가솔린 중형차 판매 가운데 38.7%를 기록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말리부의 성공적인 흥행에는 말리부 제품 자체가 가진 기본적인 제품력과 상품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말리부는 경쟁 차종 대비 뛰어난 성능은 물론, 쿠페 디자인을 접목한 준대형급 차체와 전 모델에 걸쳐 적용된 고성능 터보 엔진, 동급 최초로 적용된 준자율주행 시스템 등 다방면에 걸쳐 기존 중형차를 뛰어 넘는 상품성을 갖춘 점이 기존 중형세단에 피로감을 느낀 고객들에게 적극 어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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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말리부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1~10월 총 14만4천726대의 내수 판매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12.5%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누적 점유율은 9.8%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연초 호언한 올해 내수판매 목표인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 달성이 눈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GM이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GM대우 시절이던 지난 2007년(10.3%)이 마지막이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월평균 판매치를 감안하면 18만여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당초 목표한 19만1천대에는 못 미치지만 이 역시 역대 연간 최대 판매대수다.

29일 한국GM 기술연구소의 충돌 실험실에서 시연된 말리부 충돌 테스트(사진=한국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