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사 전환 가시화…향후 시나리오는?

인적분할 후 물산합병 유력…의결권 확보 과제

디지털경제입력 :2016/11/29 15:11    수정: 2016/11/29 15:13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로드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사업구조를 간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 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기는 했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는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예상됐던 시나리오와 유사한 방향으로 개편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궁극적으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할 경우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전자사업회사 2개로 쪼개지게 된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보유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가지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두 분할 법인에서 각각 그대로 유지된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하게 되면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12.8%이기 때문에 지주회사는 12.8%의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현행법상 자회사 소유 요건(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을 충족하려면 삼성전자지주회사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고 자회사 소유요건을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 스와프(교환)를 통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회사의 지분 가치가 지주회사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내놓는 사업회사 지분율 보다 받게되는 지주회사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새로운 통합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전망된다. 제조부문 계열사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고려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통합 지주사)은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과 삼성전자사업회사 등 삼성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체제를 견고하게 할 수 있다.

이날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와 지주회사 전환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만 검토할 것"이라고 이후 지주회사 전환이 공식화되면 삼성물산과의 합병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왜 지주회사 전환인가?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 이슈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등 명분에서 대두돼왔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고 삼성그룹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획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8.2%(의결권 없는 자사주 12.8% 제외)로 높지 않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가 넘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과 순환출자 규제로 지분의 추가 매입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지배력 강화 방안으로 여겨져왔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은 기업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와 사업이 분리돼 효율성이 높아지고 신용위험은 축소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자료=하이투자증권)

■지주사 전환 남은 과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주총회 통과를 위해서는 외부주주 특히 지분율 50%를 상회하는 외국인 주주 상당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찬성과 동시에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합병 사안의 경우 대체로 약 70~80% 수준의 참석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를 위해 약 42.3~46.7%의 의결권 확보가 필요하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향후 인적분할을 위한 의사결정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기업분할 기대감 반영에 따라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한 통합 지주사 출범을 위해서 해결돼야할 과제도 있다. 전자부문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인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가 필수적이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공식적인 지주회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돼야 지주회사가 일반 회사뿐 아니라 금융지주사도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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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의 전체적인 그림이 바뀔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과 주식교환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 있고 비지배주주들의 주식교환 참여가능성 등으로 인한 지배력 강화 리스크는 해결 과제"라면서 "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포함하는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은 보험업법개정안 통과 여부 및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여부 등 금산분리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