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검토 첫 공식화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구체 방안은 미확정

디지털경제입력 :2016/11/29 09:54    수정: 2016/11/29 09:54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한다.

지주회사 전환은 그동안 시장에서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검토돼왔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인적분할 등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최소 6개월의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올해 배당을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하는 등 시장의 요구에 화답하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29일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주주환원 ▲현금수준 ▲이사회 구성 ▲회사구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발표는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주주 제안 중 가능한 부분을 일부 수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엘리엇은 지난달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30조원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 환원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첫 언급

삼성전자가 이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구조를 간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 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회사의 사업 구조 검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를 포함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선결 요건은 인적분할 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큰 방향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잉여현금흐름 50% 주주환원에 활용

삼성전자는 또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5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에서 최대치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올해 총 배당 규모를 지난해 3.1조원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주당 배당금은 11조4천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 효과가 반영돼, 지난해 2만1천원 대비 약 36% 상승한 2만8천500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점진적인 시가배당률 향상을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회사는 평가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50% 중에 배당을 한 후에 남는 잔여재원은 지난해에서 이월된 잔여재원 8천억원과 합해서 내년 1월말부터 시작될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매입하는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별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연내 균등한 배당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별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적기 시설투자와 필수 운전자본 확보, M&A 및 급격한 시장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등의 자금 운용을 위해 연결기준으로 65~70조원의 순현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글로벌 기업과 순차입금비율,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 등 여러 지표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 "3년마다 회사의 현금 수준을 점검하고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현금은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추천 예정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개선안을 내놨다.

우선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감안하고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외부 전문기관 등을 통해 추천된 다양한 경험의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201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기업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해,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현재 CSR 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이사회의 결정사항과 제안들을 감독하게 된다.

관련기사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혁신, 품질 향상, 고객 만족,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신중한 리스크 관리와 자산 활용에 중점을 둬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전략적인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단기적 분기 실적 보다는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 ▲높은 잠재력을 가진 사업에 대한 적기 투자 기회 확보 ▲핵심 경쟁력 강화에 역량 집중 ▲자산 활용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