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스캐너’ 12월 전면 도입…"준비 부족, 유통점 대 '혼선'"

내달 1일부터 모든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에 ‘신분증 스캐너’가 전면 도입된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불법 보조금을 시장에서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가입자들이 작성한 신청서 등이 불법 유출돼 사회문제화 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돼 왔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3사가 12월 추진을 강행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제외됐고,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다단계, 텔레마케팅(TM), 방문판매, 특판 등 온라인이나 비대면 판매에서는 ‘모바일 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초기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7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과 삼성전자 강서본점을 찾아 신분증 스캐너 운영상황을점검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복사로 인한 명의도용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12월1일부터 이동통신 모든 대리점과 판매점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보관했다가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문제로 지적됐다”며 “교육이나 단속을 통해 이를 막아왔지만 향후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면 흔적이 남지 않아 개인정보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분증 스캐너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방통위가 너무 성급히 추진하면서 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했다.

양재근 한국판매점협회 회장은 “(스캐너 도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보완돼야 하는데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는 알뜰폰의 경우, 아직 계획이 없다”며 “또 대부분 1인 매장으로 운영되는 판매점의 경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고장 시에 즉각 반응하지 않아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분증이 없는 경우 여권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 신분증 스캐너는 여권 사용이 불가능 한 만큼, 이를 이통사가 어디까지 용인해 줄 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알뜰폰에 대해서는 우리도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일단 12월 시작하고 추후 알뜰폰 업체들과도 협의를 진행해 빠른 시일 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KAIT가 초창기 대응이 원활치 못한 부분이 있는데 대책반을 따로 구성하고 있다”며 “신분증 스캐너가 사용가능하지 않을 때는 기존 방법을 허용하는 만큼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분증 스캐너 제조사인 김상범 보임테크놀러지 대표는 “현재 발생되는 장애는 대부분 환경적인 이슈로 발생되는 문제”라며 “처음 사용하는 시스템이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고 이제는 원격, 유선 지원을 하고 있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KAIT 부회장은 “일정기간 안정화 될 때까지 휴일에도 지원을 하겠다”며 “대책반을 운영할 예정이어서 어려움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점들은 여권 사용이나 신분증 스캐너 고장 시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이통사들이 이를 빌미로 인센티브 삭감 등 차감정책을 펼칠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양재근 회장은 “신분증 스캐너 없이 기존 정책대로 가입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이통사들이 이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신분증 스캐너 사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차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KT 관계자는 “익일까지 스캐너를 사용할 경우 차감하지 않을 것이고 상황반에서 데이터를 확인하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방통위나 이통사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위변조를 100% 걸러낼 수 있느냐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고, 다단계, 텔레마케팅, 방문판매, 특판 시 이용하는 ‘모바일 앱’에 대한 불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