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효과가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반 투자자들이라면 트럼프와 관련된 뉴스,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관련 주식 종목에 대한 국내외 주요 경제지수의 움직임에 주목할 것이다. 일일이 네이버, 구글 검색창에서 뉴스를 찾아보는가 하면 관련 주식이나 경제지수를 분석한 자료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수고를 검색창에 몇 개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몇 가지 검색어를 조합하거나 간단한 연산을 통해 원하는 금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직접 뽑아서 추이를 그래프로 까지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료 수집부터 분석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투자전략을 짜는데 집중할 수 있다.
■검색어로 정보 찾는 투자리서치플랫폼 '스넥'
핀테크 스타트업 위버플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투자리서치플랫폼 '스넥(SNEK.ai)'을 통해 구현하는 중이다. 앞으로 자체 개발한 연산엔진인 '딥서치(DeepSearch)'를 붙이는 작업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리서치 플랫폼은 각종 금융데이터에 더해 뉴스정보, 분석정보, 분석을 위한 도구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블룸버그, 톰슨로이터, 팩트셋이 있다면 국내에는 연합인포맥스, 코스콤, 와이즈에프앤, 에프앤가이드 등이 이러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 10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드림플러스63 한화생명 핀테크센터에서 김재윤 위버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사가 개발한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경우는 많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회사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위버플은 어떻게 핀테크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통하는 서비스라고 공언한 것일까?
김 대표에 따르면 그동안 투자리서치플랫폼은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집중해 왔다. 대형 헤지펀드 조차도 블룸버그와 같은 곳에서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은 뒤에 이를 엑셀 등을 활용해 사람 손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위버플은 갈수록 커지는 금융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처리, 분석하는 기술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손쉽게 데이터를 검색해 투자에 참고할만한 분석정보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이 회사는 2년 간 국내 30년간의 시장, 기업, 재무, 경제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데이터를 담기 위해 톰슨로이터와도 제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데이터만으로 시장을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뉴스, 공시, IR, 애널리포트 등과 같은 문서자료도 수집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에서 금융 데이터를 뽑아내는 방법을 고안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뉴스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예상실적 등 데이터만 추출해 저장해 놓고, 기존에 저장된 다른 금융데이터들과 연동해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는 머신러닝 기술이 활용됐다. 비정형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여기서 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뽑아내는 능력을 컴퓨터에게 학습시킨다. 뉴스의 경우 본문에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들만 3단으로 요약해 서비스한다.
이 회사는 이렇게 금융 데이터와 뉴스나 텍스트에서 확보한 비정형 데이터까지 다루는 금융 빅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하기까지 연 2억원 가량의 라이선스비를 낸다. 아마존웹서비스(AWS) 한 달 사용료만 천만원 수준이다. 그만큼 초기 검색엔진으로 불러들일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검색엔진에 연산엔진 더해...美 켄쇼와 경쟁할 것"
김 대표는 위버플의 경쟁사로 비슷한 시기 창업한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켄쇼를 꼽는다. 이 회사는 2013년 창업한 지 1년만에 골드만삭스로 부터 5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미국에서는 '로보 애널리스트(robo analyst)'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이 회사는 검색어를 넣으면 수분 내에 원하는 금융분석 정보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위버플은 내년 중 그동안 수집한 금융 빅데이터를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연산한 결과값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딥서치를 적용해 켄쇼를 넘어서는 기술력을 확보 한다는 설명이다.
딥서치를 설명하기 위해 김 대표는 미국서 서비스 중인 '울프람 알파(Wolfram Alpha)'라는 연산엔진을 예로 들었다.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의 기반이 되기도 했던 이 연산엔진은 사용자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구글처럼 관련 문서를 찾아주는 대신 직접 결과를 연산한 값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한국 1인당 GDP라는 키워드를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문서에 대한 검색결과가 표시된다. 반면 울프람 알파는 사전에 저장된 실시간 데이터를 연산해 28000달러라는 결과값을 알려준다. 이에 더해 'GDP of South Korea/population of South Korea'라고 검색창에 입력하면 우리나라 GDP를 인구수로 나눈 결과값을 볼 수 있다.
위버플은 울프람 알파와 같은 연산엔진을 금융에 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부터 자체 개발한 딥서치라는 연산엔진을 스넥에 도입한다. 딥서치가 적용된 스넥은 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 애널리스트가 연말을 맞아 배당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배당투자는 높은 배당이 예상되는 종목을 골라 관련 상장주식에 얼마나 투자할지 여부를 결정해 투자 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에는 고참 애널리스트가 신참 리서치 어시스턴트(RA)에게 관련 데이터를 뽑아서 정리하도록 시킨다. 그러면 이 RA는 블룸버그와 같은 곳으로부터 금융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 엑셀로 정리하는 작업을 며칠씩 붙들고 있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배당투자 포트폴리오는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짠 것이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 대표는 "스넥에 딥서치를 적용할 경우 데이터를 갖고 오는 것에서 부터 배당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까지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엑셀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도 원하는 결과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트럼프를 입력하면 과거에 이와 유사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결과를 비교해서 보여줄 수 있는 정도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투자자를 대신해 직접 투자까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투자하는 과정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위버플의 목표다.
■스넥 구독료-API-글로벌 제휴로 연간 1천억 매출 기대
이 회사는 내년부터 수익모델이 안착되면 연간 1천억원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버플은 크게 3가지 수익모델을 갖는다. 먼저 스넥을 월 구독료 방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종목관리를 위한 개인 맞춤형 뉴스, 기업 정보에 대한 검색, 분석 리포트 등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배당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검색하거나 분석하는 등 보다 고급정보를 보려면 월10만원 사용료를 내야한다.
헤지펀드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같이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들이라면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분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월50만원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두번째로는 증권사나 핀테크 회사, 금융포털 등에 오픈API 형태로 연동해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위버플 데이터 인텔리전스(가칭)'라는 이름으로 시세, 재무정보, 글로벌 지표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금융데이터API, 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검색API, 검색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포트폴리오 API가 제공된다. 위버플은 코스콤이 운영 중인 자본시장 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이 같은 API를 지원한다. 비용은 각각 연간 1천만원~1억원까지 다르다.
마지막은 톰슨로이터와 같은 글로벌 투자리서치플랫폼이나 투자기관 혹은 글로벌 매체와 제휴를 통해 수익을 공유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개발자-회계사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
2013년 창업한 위버플은 올해 만 3년차다. 당시만 해도 '핀테크'라는 용어가 없던 시기에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김 대표는 NHN에서 한게임 서버 플랫폼 개발자로 근무하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쌓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회사를 창업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게임이 잘 만들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런 부분을 알기 위해 회계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VC에서 투자 업무를 경험하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기술이 산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차렸다.
회사가 망할 뻔 했던 우여곡절도 있었다. 초기 창립멤버 5명 중 남은 것은 그와 NHN에서 동료 개발자로 일했던 정재필 최고기술책임자(CTO) 뿐이다. 그 외에는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현재는 12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그는 기술 기반 창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좋은 기술이 만들어져서 실제 돈이 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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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플은 본래 친구들과 주식종목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주식SNS'로 시작했다. 그러나 2014년에 방향을 전환해 과거처럼 데이터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대신 데이터를 잘 분석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해 낸 것이 현재의 스넥이다.
골드만삭스의 지원을 받는 켄쇼에 도전장을 던진 위버플이 투자리서치플랫폼 업계에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로 승부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