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대표적 사전규제로 꼽히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올해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지배구조 개선안(방송법 개정안) 이슈에 묻혀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조차 못하고 있다.
1년 전 시장자율 침해라는 시민단체의 폐지 압박에 정부가 공청회 등을 거쳐 25년 만에 사문화된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4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16~17일로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상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상정 여부에 상관없이 해당 법안을 놓고 법안소위가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요금인가제를 포함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단통법이나 업계가 중요 법안으로 꼽는 통합방송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미래부가 마련 중인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요금인가대상의무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인가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견제장치인 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으며,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묶은 결합상품도 인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부는 경쟁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자율을 통한 경쟁 활성화, 사전규제 철폐와 소매시장 중심의 규제체계를 도매시장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인가제 폐지를 추진해 왔다”며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편 이슈에 집중하면서 인가제 폐지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도 미래부의 설명처럼 인가제 폐지가 요금경쟁을 불러일으켜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도 향후 논의를 진척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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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고용진 의원은 법안상정을 하는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안 안은)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요금인하 목표가 있는 것인가”라며 미래부장관에게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는 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조류나 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인가제가 과도하다는 것이고 요금 상한을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요금인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고, 인가제와 달리 요금신고를 하면 15일간의 유예기간을 둔 유보신고제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