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제네시스가 정말 벤츠 넘으려면

[데스크칼럼]성장통에 응원 필요한 때

데스크 칼럼입력 :2016/11/04 08:42    수정: 2016/11/04 08:52

정기수 기자

'타고 다니기에 부족함 없고 가격도 괜찮은 패밀리 세단.'

허허벌판 맨 땅에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회사를 일군 현대자동차가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해 왔던 브랜드 이미지는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많이 만들지만 최고급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바로 제네시스다. 덩치가 커진 만큼, 격(格)을 갖추기 위한 세계적인 명차가 필요해졌다. 다음달 29일로 49주년 생일을 맞는 현대차로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들 정도다.

지난해 11월 4일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브랜드가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과거 물량 중심의 양적 성장 단계에서 소비자 중심의 질적 진화 단계로 발전하는 도전이다. 단순한 제조에서 프리미엄을 더한 혁신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다만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역사가 짧고 대중 시장을 지향해왔던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가 앞으로 헤쳐 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경쟁자인 메르세데스-벤츠가 130년, BMW가 100년의 세월을 거쳐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헤리티지를 쌓아올린 것에 반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이제 꼬박 한돌을 채웠다.

물론 지난 1년간 제네시스 브랜드가 EQ900와 G80 단 2개 차종으로 내수 시장에서 쌓아온 호실적과 해외시장에서의 차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희망적인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단순히 모델 몇 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의 출범은 차량의 성능과 가격 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 그저 디자인이 멋지고, 주행 성능이 뛰어나고 첨단기술이 대거 장착됐다고 해서 그 제품이 바로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글로벌 인사이트 오토모티브 그룹의 자동차 분석가인 필립 G. 로젠가르텐의 저서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객의 소망과 꿈을 충족시키고 그를 둘러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소유하고 싶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의 차이점은 기술혁신과 함께 이미지 관리의 지속성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현재는 물론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제네시스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특히 안방에서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안티(Anti)-현대의 유탄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의 내수 부진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회사 내부에서는 차량의 상품성은 좋은데 근거없는 오해로 판매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푸념이 적지 않게 들리기도 한다. 현대차에 대한 불신이 제네시스로 번질 경우 이미지 형성이 중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역설적으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또한 고객이다. 고객의 건강한 지적과 요구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숙과 직결된다. 하지만 편향된 시선과 섣부른 판단에 기댄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정보를 평가 절하하고 느낌과 추측으로 확대 재생산돼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을 양산한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할 정도로 국내 모든 주력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왜 우리는 세계적인 명차가 없는 거야?"라고 비난만 하기 보다는 "지금 제네시스가 왜 성공해야 하는가?"에 담겨진 '함의(含意)'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 살배기 제네시스가 처음부터 벤츠와 BMW가 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일이 언젠가부터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서 "과거 산업화 시절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정신이 우리 안에 아직도 많이 흐르고 있고, 세월이 많이 지남에 따라 그때보다 훨씬 많은 자산과 기반을 갖고 있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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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의 진심과 열정이 수 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함께 격려하며 지켜봐 주는 건 어떨까. 제네시스의 성장통에 응원이 필요한 때다.

언젠가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명차 브랜드들을 능가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다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