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고성능세단의 재발견 '제네시스 G80 스포츠'

수려한 외모, 감춰진 질주본능...정숙성·승차감도 만족

카테크입력 :2016/11/02 09:01    수정: 2016/11/02 10:24

정기수 기자

[파주=정기수기자]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초반 흥행 추이가 매섭다. G80 스포츠는 기존 G80 세단의 내외관 디자인에 스포츠 모델 만의 역동적인 감성을 강조하고,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된 세팅을 갖춘 국산 최초의 고성능 대형 스포츠 세단이다.

지난달 6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G80 스포츠는 지난달 31일까지 계약대수 500여대를 돌파했다. 영업일 기준 18일 만에 거둔 성과로 하루 평균 20~30여대에 달하는 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수요 고객이 국한돼 있는 고성능 스포츠세단 모델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대차 장재훈 전무는 "G80 스포츠의 계약 고객을 분석한 결과 외산차 구매를 고려하던 30~40대 고객의 유입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에 G80보다 월등히 높은 고성능 엔진을 갖춘 점이 수요층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G80 스포츠의 사전계약 고객 중 71.3%가 30~40대로 집계됐다. 이 중 38.9%는 현대차를 처음 접하는 고객으로 파악됐다. 20대 고객도 7.0%를 차지했다.

G80 스포츠 주행(사진=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시승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파주 헤이리를 왕복하는 약 10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기자는 호텔로 돌아오는 편도 약 50km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전자식 상시 4륜 구동 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 ▲파노라마 썬루프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 패키지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이 모두 적용된 풀옵션 차량이다.

외관은 G80 세단의 고급감을 살리면서도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면부는 매쉬(그물) 타입의 다크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하단의 대형 인테이크 그릴이 적용돼 강인한 인상을 준다. G80 세단에는 없던 과격한 선과 면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곡선의 조화로 볼륨감이 풍부해져 차체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느낌을 준다.

코퍼 크롬 재질로 포인트를 준 LED 헤드램프와 스포츠 모델 전용 19인치 휠, 후면 듀얼 트윈팁 머플러 등 곳곳에 역동성을 부각시키는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아우디 A7 등에 적용돼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멋스럽다. 방향지시등 조작시 LED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 점등된다.

현대차 루크 동커볼케 전무(현대디자인센터장)는 "G80 스포츠는 '동적인 우아함을 갖춘 고성능 모델'로 정의내릴 수 있다"며 "궁수가 활을 당길 때의 긴장감이나 잘 훈련된 경주마와 느낌을 주는 데 디자인의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G80 스포츠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운전석에 앉자 전용 세미 버킷시트의 온 몸을 감싸안는 듯한 착좌감이 만족스럽다. 스티어링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차량의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고, 스포츠 주행시 사용 빈도가 많아지는 패들시프트의 길이도 늘어나 조작하기에 수월하다. 속도와 경로, 차간 거리 등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간 주행에도 눈에 잘 들어올 정도로 시인성이 높다.

센터페시아 및 도어부에 적용된 리얼 카본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알루미늄 소재는 블랙 스웨이드 소재의 내장재 및 메탈 페달 및 풋레스트 등과 조화를 이뤄 차량의 성격을 돋보이게 해준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세이프티 언락, 애플 카플레이 등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헤이리를 빠져나와 자유로에 진입,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며 급가속을 시도하자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었다. 2톤(t)이 넘는 공차 중량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고 빠르게 튀어 나간다.

G80 스포츠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국산차 중에서는 최고치다. 회사 측은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4.8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승에서는 제로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노면 상태와 도로 여건이 갖춰진 곳에서는 근접할 듯 싶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밀어붙이는 대로 즉각 반응하며 치고 나간다. G80 스포츠에는 가솔린 람다 V6 3.3 트윈 터보 직분사(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 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G80의 최상위 트림인 3.8GDi 모델보다 출력은 17.5%, 토크는 28.4% 높였다. 여기에 맞물린 현대파워텍이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고속 주행에서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엑셀 페달 조작시 컴포트 모드 대비 최대 40% 높은 토크를 발휘하도록 엔진 응답성을 높였다"면서 "변속 응답성 향상,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댐퍼 감쇠력도 최대 55%까지 증대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G80 스포츠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다만 고속 주행시 들리는 엔진 사운드는 실제 배기음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듯 하다. 조금 더 박력있게 설정해도 괜찮았을듯 싶다. 이 차에는 스피커를 통한 가상 엔진음과 실제 엔진음을 합성, 각 주행모드 별 특성에 맞는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정숙성과 승차감은 탁월하다. 최고 시속 180㎞에 육박하는 고속 주행에서도 가속 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울리는 엔진음을 제외하고는 풍절음 등 외부소음의 유입은 거의 없다.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하체는 하드하게 세팅된 편이다. 고속으로 질주할수록 차체가 낮게 깔렸고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회전 구간에서도 단단한 접지력으로 날카롭게 코스를 선회한다. 브레이크 반응도 G80 세단보다 묵직하고 강해진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져 직진성도 안정감을 준다.

G80 스포츠에는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도 EQ900에 G80 세단에 이어 세 번째로 적용됐다. 기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을 결합시켜 한 단계 발전시킨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도 포함됐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를 통해 차간거리 제어는 물론 차선 유지와 가감속, 조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준자율주행 기능인 만큼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채 20초 정도가 지나면 경보가 울린다.

G80 스포츠(사진=지디넷코리아)

G80 스포츠의 복합연비는 8.0㎞/ℓ다. 이날 시승 후 실연비는 7.8㎞/ℓ가 나왔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 없는 차이다. G80 스포츠는 3.3 터보 단일 모델로 운영되며 가격은 6천65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날 시승한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7천7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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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G80 스포츠의 경쟁 모델을 기존 럭셔리 세단의 스포츠 패키지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스포츠나 BMW M 퍼포먼스 등을 꼽았다. 가장 근접한 차종으로는 'BMW M535i 패키지'를 정조준했다.

G80 스포츠의 가격대에서 운전의 재미를 찾는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입차들은 적지 않다. 많은 모델 중에서 우선 선택지가 되는 것이 G80 스포츠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