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팅사업부 분사…1년내 HP에 매각

'에스프린팅솔루션' 1일 공식 출범…국내서 삼성 브랜드 유지

홈&모바일입력 :2016/11/01 09:51    수정: 2016/11/01 11:09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가 1일 진통 끝에 '에스프린팅솔루션(S-Printing Solution)' 주식회사로 분사해 신설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분할된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1년 내에 미국 휴렛패커드(HP)에 매각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이사회에서 자사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분할해 사업부 지분 100%와 해외 자산을 10억500만달러(약 1조1천800억원)에 글로벌 프린팅 업계 1위 기업인 HPI(HP Inc.)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프린팅사업부의 분할을 승인했다. 최종 합병은 2017년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동안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조정을 지속 추진해 왔으며, 이번 매각 결정도 같은 목적"이라면서 "앞으로도 사업구조를 더욱 경쟁력 있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매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에스프린팅솔루션은 국내 사업장과 중국 생산거점, 해외 50여개 판매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은 약 6천명으로 지난해 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독립 출범하는 에스프린팅솔루션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장을 맡았던 김기호 부사장이 맡게 됐다.

분할까지는 진통도 적지 않았다. 프린팅사업부 임직원들은 임시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측과 고용보장, 위로금 지급 등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8차에 걸친 협상 끝에 양측은 임직원 1인당 평균 6천만원 가량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5년 간 고용보장을 하는데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삼성전자와 HP 모두에 '윈윈' 사례로 평가한다. HP는 레이저 프린터 기술을 확보하며 A3 복합기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발판을 마련해 글로벌 1위 프린터 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로서는 수익성이 낮은 비주력사업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효과를 거두며 핵심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삼성전자 고성능 컬레 레이저 프린터-복합기 C430/C48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은 레이저 중심이다. 특히 A3 복합기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잉크젯 프린터 경우 핵심 부품인 엔진을 보유한 회사가 HP, 엡손, 캐논, 브라더 정도에 불과해 선두권 진입이 애초에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잉크젯 프린터 엔진을 HP로부터 공급받아왔다.

반면 HP는 잉크젯 프린터가 주력이다. 레이저 프린터 엔진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전량 캐논에서 공급받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 인수로 HP는 삼성전자의 레이저 프린터 엔진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레이저 분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으로 PC 수요가 위축되면서 소비자용 프린터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고, 기업에서도 전자결재 시스템 확산 등 업무환경 변화로 프린터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비정품 무한잉크 판매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는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에스프린팅솔루션이 HPI에 합병되기 전까지는 국내외 시장에서 변함없이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또 기존 사용자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삼성의 고객 지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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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프린팅 사업을 HP에 매각한 후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HPI의 잉크젯 모델을 포함, 제품 판매와 서비스를 삼성 브랜드로 지속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프린터 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한국 시장만 놓고보면 오히려 삼성 프린터가 그동안 열세였던 잉크젯 분야까지 확장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기호 에스프린팅솔루션 대표이사는 "이번 출범으로 프린팅 사업의 전문성을 더욱 높여 업계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며 "합병 후에는 라인업 통합 시너지와 지속적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프린팅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