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도 폰처럼 ‘무선 업데이트’ 가능해지나

업계, OTA 도입 박차…현대·기아도 자체 OS 개발

카테크입력 :2016/10/31 14:59    수정: 2016/10/31 16:28

새 차를 뽑은지 약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J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주행 도중 브레이크 장치 결함이 생겼다는 계기반 메시지가 뜬 것이다. 그의 차는 1만km도 채 넘기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문제인지 궁금해 그는 인근 자동차업체 직영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브레이크 장치 결함이 있다고 말하자, 서비스센터 직원은 노트북과 OBD-II(운행기록자가진단장치) 연결선을 가지고 와 차량 상태를 점검했다. 이 직원은 클릭 몇 번으로 차량 결함을 해결했다.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이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J씨는 허탈해했다. “서비스센터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차량을 원격 진단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는게 그의 바람이다.

J씨의 바람은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스마트폰처럼 차량 내 소프트웨어 및 기능을 개선 시킬 수 있는 OTA(over-the-air) 업데이트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OTA 업데이트 방식이 적용되는 차들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씨넷 'Car Tech 101' 영상 캡처)

■OTA 업데이트로 자동차 고정관념 바꾼 테슬라

OTA 방식의 업데이트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등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무선 통신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주로 적용됐다. 애플 iOS의 경우 한 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 등을 이용해야 했지만, 시스템 개선으로 무선 와이파이 연결만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OTA 업데이트는 최근 자동차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자동차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화면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면 클릭만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는 테슬라다.

자동차 업체 중 최초로 OTA 업데이트 방식을 적용해 언제나 새로운 자동차를 주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회사 내 철학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OTA 업데이트는 지난해 10월 오토파일럿 공개 당시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테슬라는 7.0 버전의 소프트웨어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넣으며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운전자 조작이 편한 형태의 테슬라 모델 X 17인치 센터페시아 스크린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초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왕복 2차선 주행시 중앙선을 쉽게 침범할 수 있고, 일부 차량에 오토파일럿 관련 자동 주차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같은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OTA 업데이트를 고수해왔다.

지디넷코리아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미래車리더’ 첫 번째 주자였던 조형기 테슬라 오토파일럿팀 소속 엔지니어는 “테슬라 고객들이 지적한 여러 문제(오토파일럿 포함)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OTA 업데이트”라며 “이같은 업데이트 정책은 회사 자체를 고소하겠다는 고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오토파일럿은 현재 OTA 업데이트로 여러 기능이 추가됐다. 눈에 띄는 것은 차량 레이더가 비와 안개, 눈, 먼지 등 기상악화에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것. 또 ‘스티어링 휠을 잡아달라’는 메시지를 무시하면 오토파일럿 기능을 다시 실행시킬 수 없는 안전 사양도 추가됐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같은 정책 자체가 자동차 자체의 고정관념을 바꿨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도로 내 초고속 통신 인프라가 활성화 되면 주행 도중에도 손쉽게 OTA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오토파일럿 등 주행보조시스템 관련 설정은 당연히 테슬라 모델 X가 빠트릴 수 없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돈되는 OTA 업데이트...르노닛산, 현대기아차도 도전

OTA 업데이트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체들에게 큰 이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는 오는 2022년까지 1억6천만대의 차량에 OTA 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OTA 업데이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최대 350억달러(한화 약 40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돈 되는 OTA 업데이트 적용을 위해 테슬라 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스스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로벌 장기 협약을 체결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향후 출시될 차량에 OTA 업데이트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기반으로 첨단 내비게이션, 차량 예측 점검 및 관리, 차량 중심 서비스, 원격 모니터링, 외부 이동성 및 OTA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략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OTA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르노-닛산 얼라이언스)

OTA 업데이트 방식이 적용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소속 차량들은 오는 2020년까지 총 10종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OTA 업데이트를 접목시켜 상상하지 못했던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시나리오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31일 차세대 커넥티드 카 플랫폼 운영체제 개발 계획을 밝힌 현대기아차도 나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운전자가 서비스센터 등 방문 없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OTA 업데이트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앞으로 손쉽게 OTA 업데이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도 OTA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 출시를 검토중이다. (사진=현대기아차)

OTA 업데이트는 자동차 오너들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다음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크 루이스 GM 글로벌 상품 개발 총괄은 지난 1월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GM은 이미 온스타 텔레메틱스 시스템을 통해 OTA 업데이트와 비슷한 차량 성능 업데이트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차량 브레이킹 시스템, 스티어링 휠 시스템 등을 개선시키는 OTA 업데이트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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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서는 일부 시스템 업데이트를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OTA 업데이트는 여러 가지 장점을 줄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사회적인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 무선통신이 가능한 모듈이 설치됐다. 통신 상황이 원활한 곳에 차량에 위치해 있으면 손쉬운 업데이트가 가능하나,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