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가 하드웨어 투자 강화하는 이유

이해진 "시대 변해…SW와 HW 발전 같이 봐줘야"

인터넷입력 :2016/10/25 11:21    수정: 2016/10/25 11:21

황치규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4일 데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한 뒤 70여개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과 1시간 조금 넘게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해 주목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편하게' 물으면 이 의장이 '솔직하게' 답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흥미로운 점은 간담회 참석자 중 하드웨어 스타트업 비중이 40%나 됐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를 향한 네이버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네이버, 하드웨어를 같이 봐야할 때"

이날 간담회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해진 의장은 하드웨어에 대해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회사고,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하려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변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하드웨어를 포함한 기술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자율 주행차나 로봇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내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최근 라인 상장을 통해 자금도 확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스타트업 CEO들과의 간담회.

간담회에선 해외 진출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오갔다.

이 의장은 내년 3월부로 네이버 이사회 수장에서 물러나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올인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이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한 VR 스타트업 CEO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 회사가 없다고 할 만큼 해외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에서 성공한 뒤 유럽 진출에 나서는 이 의장의 마음 가짐과 지금까지의 해외 사업 성공 배경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라인의 성공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라며 해외 진출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선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갈수록 '넘사벽'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의장은 광고 시장이 대단히 작아, 인터넷 업체들이 무료로 사용자를 모으고 수익을 내기가 힘든 한국 상황에서 답은 해외 진출 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구글, 페이스북이 시장을 다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구글, 페이스북 말고도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가 계속 나와야 하고, 유럽에 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의장은 "네이버와 라인 같은 회사가 별로 없는데,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유럽은 현지 사업자들도 없고, 대안도 못찾고 있는 만큼, 같이 협력하고 고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진출에 관련해 이 의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현지화와 협력이었다.

현지화와 관련해서는 라인을 예로 들었다.

이해진 의장은 "라인은 서비스다 보니 현지 사용자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직원들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지 직원들과 융화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건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장에 따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입김이 점점 세지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다양한 회사들 간 협력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이 의장 스스로도 "해외에서 살아남으려면 힘을 모아야하고, 네이버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기술을 파고들면 아이디어도 나온다

24일 데뷰 컨퍼런스에서 이해진 의장은 앞으로 글로벌 IT시장에서 업체 간 판세는 기술로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과 경쟁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 의장과 스타트업 CEO들간 기술을 주제로한 얘기들도 오갔다.

이 의장에게 기술은 서비스를 떠받치는 뿌리다.

이 의장은 "시장에 먼저 들어가면 성공한다 생각하기도 하는데, 뿌리인 기술이 있어야 서비스가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기술을 깊게 파고들어 고민하다보면 이를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요즘 글로벌 서비스로 키우고 있는 브이 라이브(V LIVE) 역시 오랫동안 동영상 기술을 개발해온 팀에 의해 탄생했고, 지식인도 탄탄한 검색 기술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기술이 바탕이 되고 맛있는 반찬이 놓여져야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이해진 의장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 이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의기투합하고 회사를 함께 만든 사람들이 나중에 얼굴도 안보고 사는 사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 의장이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다져온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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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한다. CEO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의사결정이고, 결정을 내릴 때의 상태가 중요하다"면서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 안 좋은 판단이 나올 수 도 있기 때문에 어깨를 가볍게 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이어 "다른 CEO들이 비전 발표 및 연설 하는 것을 보며 CEO로서의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생각 하지만 리더십은 결국 성공사례로부터 온다. 그래야 직원들도 CEO를 믿을 수 있다"면서 "성공적인 의사결정이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고,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