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최고 격전지로 떠오른 중국 자동차시장 변화의 핵심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친환경·신세대'로 잡고, 창저우공장 준공과 함께 이를 정조준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현재 중국 시장은 기존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선진 업체와 후발 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중국 시장에 조기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를 선점하고 기존의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앞다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로컬 업체들 역시 중저가 소형 SUV와 다양한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미래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간 창저우 공장 준공을 계기로 현지시장 수요 확대에 대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충칭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기아차는 연간 270만대(현대차 181만대, 기아차 89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SUV 시장,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친환경차 시장, 중국 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신세대 공략을 세 가지 키워드로 꼽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기에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와 시장 여건을 반영해 친환경차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략형 모델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차급은 SUV로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중국 승용차 전체 산업수요(1천308만9천210대) 중 무려 38.3%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전체 승용차 중 불과 11.5%에 불과하던 SUV 시장의 비중은 불과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돌파했으며(32.8%), 올해에는 무려 40%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SUV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4년 4월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현대차 최초의 소형 SUV(SUV-B급) 'ix25'를 중국에서 선보여 출시 2년차인 지난해 연간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3월 중국 전략형 소형 SUV인 KX3를 출시하는 등 중국 소형 SUV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섰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현지 SUV 시장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UV-C급에서 '신형 투싼(TLc)'과 '신형 스포티지(현지명 KX5)'를 각각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부터 투입해 판매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총 9개의 SUV 모델(현대차 5개, 기아차 4개)을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시장 전체 판매 중 SUV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5.6%로 급증했다. 현대·기아차는 빠르면 내년 중 중국 전략형 SUV 차종도 추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며 중국 경제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및 신사업 육성을 위해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12차 5개년 계획(2011~15년)에서 중국은 공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에너지 절약 자동차 및 신에너지차의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명확히 했으며 '7대 전략형 신형산업 육성전략',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발전계획' 등을 2020년까지 이어가며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부터 기업 평균연비 규제가 강화됨으로써 2020년까지 연평균 7.1%의 연비를 개선해 2020년에는 5.0L/100km(환산시 20km/L)의 연비를 갖추도록 했다"면서 "중국 내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친환경차 개발과 출시를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2010년 연간 5천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만 1천대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0%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통계 조사 기관인 IHS에 따르면 올해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해 42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170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현지 선두업체들은 친환경차 전략 수립에 본격 나섰다. 폭스바겐은 이달 아우디 A6L PHEV, 2020년에는 E-골프를 중국 내에서 현지생산하는 등 향후 5년간 15개 이상의 신에너지차 모델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중국 로컬 업체인 장화이기차와 신에너지차 합자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해 전기차 생산규모 확대에 나섰다. GM은 이달 CT6 PHEV, 2018년에는 볼트(Volt)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2020년에는 현지 생산능력을 15만대, 2025년에는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올해 5월부터 신형 쏘나타(LFc) 하이브리드를 베이징공장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차도 올해 8월부터 신형 K5(JFc) 하이브리드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이후 2020년까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가지 친환경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총 9개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여 중국 시장 내 친환경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내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지우링·빠링허우(1980~1990년생)' 세대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 이들은 ▲스마트 소비 ▲작은 사치 ▲문화 소비 등 세 가지로 요약되는 소비 트렌드를 보이며 중국의 소비환경은 물론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기존 세대 대비 고학력의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해외 문화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자신의 경험과 실리를 중시하는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자동차 소비에서도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젊은 세대들의 모바일 및 인터넷 선호도 증가와 중국 정부의 신 성장 사업인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 맞물려 자동차 시장에서 카 커넥티비티 서비스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화, 문자, 음악 등 여러 기능을 차량 시스템과 연동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애플 카플레이'와 '바이두 카라이프'를 지난해 9월 출시된 ▲신형 투싼에 최초로 적용했으며, 이후 ▲링동(ADc) ▲랑동(MDc) ▲밍투 ▲싼타페 ▲KX3 등으로 확대 적용했다.
또 이번 창저우공장 준공과 함께 선보인 현지 전략형 소형 신차 위에나에는 현지 C1급 차종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와 바이두 카라이프를 적용했다. 아울러 도어 및 트렁크 개폐, 엔진 시동 등이 원격으로 가능한 스마트밴드형 자동차 키 'H-Band' 등 최신 스마트 사양을 비롯해 스마트 트렁크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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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위에나의 신차 효과 확대를 위해 젊은 고객층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인터넷과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시, 상담, 구매, 서비스, 중고차 거래에 이르기까지 고객 맞춤형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 초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3분기부터 판매량이 크게 반등하는 추세다. 지난 9월에는 16만1천275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를 합친 판매량이 16만대를 넘은 것은 작년 12월(17만9천198대) 이후 처음이다. 올 1~9월 중국 누적 판매량은 121만6천5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었다. 특히 3분기 판매량은 42만7천959대로 전년동기 대비 27.9%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