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친환경 입은 미래기술 메카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첨단 시설·업무 환경 갖춰...R&D 성과 향상 도모

카테크입력 :2016/10/19 09:43    수정: 2016/10/19 11:23

정기수 기자

[대전=정기수기자]지난 18일 오전 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한국타이어 신축 중앙연구소.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은빛이 감도는 '테크노돔'의 첫 인상은 완연하게 높아진 가을 하늘 속에 그대로 녹아든 듯 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에는 최첨단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국내 타이어 기업 최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리드(LEED)'의 골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부지의 선택부터 설계는 물론, 시공까지 친환경 가치가 고려됐다"면서 "재활용 건축 자재의 사용은 물론 지열과 태양열 등을 사용해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자체로 만들어 사용하고, 수돗물과 빗물 관리 등 효율적인 수자원 절약형 설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사진=지디넷코리아)

실내로 들어서자 나선형의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투명하게 내부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연구동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실버와 블랙, 화이트 색상의 유리 및 금속 소재가 주로 사용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을 듯한 미래의 우주선 내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테크노돔은 세계적인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 경이 설립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았다. 애플 신사옥과 맥라렌 기술연구센터 등을 설계해 널리 알려졌으며 국내에서 설계한 건물은 테크노돔이 처음이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는 연구소의 기능과 디자인, 확장성 등을 고려해 한국타이어의 첨단 기술력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최종 디자인 설계를 마무리했다. 하이테크 건축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디자인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한국타이어 측 설명이다.

테크노돔은 연면적 9만6천328㎡의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연구동과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의 레지던스 건물로 구성됐다. 한국타이어는 테크노돔 건설에 총 2천664억원을 투자했다.

사무공간에 설치된 포커스박스(사진=한국타이어)

연구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주행 성능과 내구성은 물론 연비, 승차감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개발 시설이 설치돼 있다. 또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무향실(타이어 소음 테스트 실험실) 등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최적화된 타이어 개발을 위한 연구·시험 설비도 갖춰졌다.

특히 실제 서킷과 같은 환경에서 가상의 테스트를 수행하고 예상 성능치를 알아볼 수 있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이날 국내외 취재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필요한 차량, 서킷, 드라이버, 타이어의 데이터를 입력한 뒤 가상의 주행을 거치면 테스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특성 값을 디지털로 기록할 수 있다. 이 곳에서 테스트 주행을 통해 산출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서킷의 어느 지점에서 타이어의 하중이 쏠리고 온도가 상승하는 지 여부 등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현재 실제 테스트 대비 오류 편차는 60~90% 정도지만 앞으로 더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다양한 테스트를 위한 데이터의 보강도 이뤄질 예정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는 F1(포뮬러1)의 이전 단계인 GP2(그랑프리2) 차량 및 타이어와 영국 실버스톤 경기장이지만, 내년 초에는 F1 차량 및 타이어와 영암 서킷의 데이터를 3D(3차원) 스캔해 입력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테크노돔에서는 친환경 원료와 신소재 개발, 시뮬레이션 기술과 네트워킹 테크놀로지를 등의 연구 및 활용을 통해 미래 신기술의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주행조건에서의 테스트와 원스톱 R&D 프로세스, 동선까지 고려한 연구환경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지하 휴게공간(사진=지디넷코리아)

일하는 직원들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를 돕기 위해 공간을 최적화한 것도 테크노돔의 특징이다. "서로 업무는 다르지만 하나의 회사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원 컴퍼니'의 의미를 담아 중앙 광장 '아레나'를 10개의 개별 건물이 둘러싸고 지붕을 얹어 돔 형태로 설계했다.

사무공간에 설치된 포커스박스는 유리막으로 둘러싸여 업무 집중도를 높여준다. 투명한 상자형 공간인 타이어 워크숍은 따로 타이어 시편을 연구실에 가져올 필요없이 바로 연구에 임할 수 있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임원실도 투명하게 개방돼 있다.

한국타이어 이정임 과장은 "난간 손잡이가 유난히 넓고 평평하게 설계된 이유도 직원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기대서 대화를 나누거나 수첩 등을 펼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사진=한국타이어)

테크노돔에는 기혼 직원의 자녀를 돌보는 동그라미 어린이집도 들어서 있다. 지하 1층에는 한의원, 심리 치료실, 피트니스 센터, 카페, 식당, 편의점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다양한 교육·의료 시설도 마련돼 있다. 지하 1층 끝에 마련된 '큐브(Cube)'라고 불리는 통로를 통하면 연구개발 인력과 교육생을 위한 기숙사 시설인 레지던스와 바로 연결된다. 300여개의 숙소가 마련돼 있는 기숙사는 1인 1실의 원룸 형태로,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혼 직원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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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에는 계열사와 관계사를 포함해 총 7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 연구인력은 650명이다. 한국타이어는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을 오는 2020년까지 1천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R&D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서승화 부회장은 "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 하이테크 기술력의 메카"라며 "원천기술과 미래 기술력 확보로 타이어를 넘어 오토모티브 산업을 이끌어갈 기술력이 탄생할 곳"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