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던 수출, '갤노트7-현대차' 악재로 '발목'

이달 1~10일 휴대폰·車 부진 심화...단기 충격 불가피

홈&모바일입력 :2016/10/12 14:58    수정: 2016/10/12 15:44

정기수 기자

어렵게 반등했던 한국 수출에 또 다시 악재가 덮쳤다. 회복세로 돌아섰던 우리나라 수출이 주력 품목 부진에 발목이 잡히면서 재차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409억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8월 2.6% 상승하며 20개월 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던 수출이 한 달 만에 다시 고꾸라진 셈이다. 국내 제조산업을 대표하는 전자와 자동차 부분의 수출 부진이 심화된 탓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등이 겹쳐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무선통신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자동차는 8% 정도다. 후방 산업까지 고려하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실제 9월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의 수출은 각각 27.9%, 24.0% 급감했다. 무선통신기기는 2012년 7월 이후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고, 자동차는 2009년 8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진=씨넷)

이달 들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수출 하락은 '전조'에 불과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2개월 연속 역성장은 물론, 딱히 반등을 기대할 만한 호재도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94억6천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감소했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힘든 상태다. 같은 기간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31.2% 크게 줄었다. 자동차 수출 부진은 더하다. 반토막(51.9%)이 났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패블릿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을 최종 결정했고, 현대차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시 당시 명작으로 한껏 치켜세워졌던 갤럭시노트7은 두 달 만에 단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8월 19일 출시 이후 폭발 위험성이 불거져 지난달 2일 리콜된 1차 출시분은 물론, 지난달 19일 이후 교환한 제품도 잠재적으로 발화할 위험이 있다는 발견됐기 때문이다. 리콜이 이뤄진 제품의 재리콜 조치는 스마트폰 제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13일부터 갤럭시노트7에 대한 교환과 환불이 실시될 예정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갤럭시노트7에 대한 교환·환불 조치가 진행될 계획이다.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갤럭시노트7은 무선통신기기 수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받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달들어 사실상 단종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 전체 수출 규모에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역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국내 산업은 물론 수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거시 경제 측면에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갤노트7의 판매중단 사태와 현대차 파업이 내수는 물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기업마저 수렁에 빠질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갤노트7 생산 중단, 당분간 시장상승 저해"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생산 전면 중단으로 삼성전자의 단기적 이익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삼성 스마트폰 부문의 제품개발, 품질관리 및 부품 공급망(SCM)을 새롭게 점검, 보완하고 내부 생산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당연스럽게 귀결되는 삼성전자의 매출 부진과 협력업체들의 타격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실적 악화와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 이미지 확산 등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 문제는 더 크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갤노트7 판매 및 생산 중단은 결국 삼성전자와 시장 전반의 이익 훼손 우려를 자극하면서 당분간 시장 상승을 저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 현대차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총 24차례 파업과 특근을 거부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약 14만2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3조1천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 12일 제27차 교섭을 열고 재협상에 나서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파업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곱지 않은 여론의 시선으로 재파업 돌입을 위한 동력은 약화된 상태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를 정조준한 비판 발언을 내놓은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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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는 미국에서는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엔진 리콜에 합의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차별 논란에 직면했고, 싼타페의 에어백 결함을 국토교통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도 동일 엔진이 장착된 차종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증 기간을 연장하고 기존 유상수리 고객에는 전액 보상한다며 내수-수출 차별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일정 수준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류 팀장은 "최근 엔진 결함과 리콜 사태가 부각돼 향후 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