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움직이는 '인공분자'...노벨화학상 3인 수상

과학입력 :2016/10/05 21:33

올해 노벨화학상은 10나노미터(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구조의 분자를 만든 ‘초분자화학'분야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기계처럼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분자를 만들었는데, 인공 분자를 잘 활용하면 인체에 약물이나 신경물질을 주입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프랑스 스타라스부르대학 장 피에르 소바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프레이저 스토다트,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베르나르트 페링하 교수가 올해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세사람 모두 원자를 이어붙여 원하는 방향으로 운동 제어가 가능한 인공 분자를 만드는 분야를 개척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소바주 교수는 지난 1983년 두개의 고리가 엉켜있는 모양의 분자를 만들었다. 도넛 두개가 결합돼 있는 이 모양의 분자를 '케테네인'이라고 부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원자를 이어붙여 분자 고리하나를 만들고 또 다른 분자 고리를 끼워서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며 “고리 하나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두개를 이어붙여 움직일 수 있으면서 풀리지 않게 만들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스토다트 교수는 1991년 '로탁세인'이라는 분자를 고안해 냈다. 이 분자는 막대기에 고리하나가 끼어있는 모양으로 막대기 끝이 막혀있어 고리가 막대기 끝과 끝을 왔다 갔다 운동할 수 있게 했다. 페링하 교수는 1999년 한쪽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는 단방향 회전운동 분자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분자를 '분자모터(molecular motor)'라고 부른다.

카테네인(왼쪽), 로탁세인 분자구조

이들의 연구는 화학적으로 결합되지 안은 두 개의 분자를 기계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분자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유롭게 운동하는 부분이 있으면서 결합이 떨어지지 않는 분자는 이전에 생각할 수 없던 기상천외한 구조다. 분자운동이 복잡하고 제어가 힘든데 마치 기계처럼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분자로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하학적 구조의 분자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막대기 사이에 고리가 낀 모양의 '로탁세인' 분자를 사람이 제어해 한쪽 끝은 온(ON), 다른 한쪽 끝은 오프(OFF)로 명령하면 스위치로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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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활용은 현재까지는 상상 수준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화학 전문가들은 분자를 가지고 이같은 기하학적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덕환 교수는 "이렇게 독특한 구조를 통제해서 원하는 구조를 갖도록 만들었다는 게 화학자들에게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분자의 아름다움이나 미적가치를 주창하는 화학자들이 많이 있다"며 "이번 노벨 화학상은 화학이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준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