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IO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IT 예산 CIO 집행분 5년뒤 10%로 줄듯

컴퓨팅입력 :2016/10/05 16:49    수정: 2016/10/05 16:50

대규모 기술 세대 교체에서 기업 IT부서보다 현업 부서의 주도권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새로운 IT 시대를 맞아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새로운 역할과 사고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지디넷은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서 기업의 기술투자가 마케팅책임자(CMO),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CIO의 역할 변화를 분석했다.[원문 바로가기]

엔터프라이즈 기업 IT투자는 과거 CIO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근래 마케팅이나 현업 비즈니스 부서가 IT조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섀도 IT(shadow IT)’라 불린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같은 대대적 투자는 아예 ‘책임자’를 따로 둬 신기술 도입 및 변화관리를 맡기기도 한다.

이에 따라 CIO의 예산보다 타 임원의 IT예산 지출이 커지고 있다.

리서치회사 알티미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연구에 따르면, CMO의 역할이 CIO 주도 대규모 기술 변화보다 눈에 띄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의 연구 보고서도 기업에서 CIO 제어권 외부의 IT 총량이 2020년까지 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 내 CIO의 역할이 극도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전세계 CIO의 고민은 줄어들거나 고정된 IT 예산이었다. 세상의 기술 흐름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CIO는 신기술 투자 대신 기존 시스템 운영에 집중해야 했다.

그 사이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기술은 너무 많이 쏟아져나왔고,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기술은 더 잘 정제되고, 간소화된 솔루션을 원하는 현업의 욕구는 커졌다. 기업의 IT 전담은 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업의 IT 신기술 수요는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부서가 직접 별도 예산을 배정해 신규 IT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 빅데이터,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대화형 UX, 로보틱스 등 최신 트렌드는 이런 흐름 속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IT 프로세스는 매우 느리며,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높은 신규 수요에 대처하기엔 굼뜨다. 기업의 비즈니스는 시시각각 변하고, IT기술이 갈수록 비즈니스 핵심에 자리잡는 반면, IT 조직만 느리게 변한다. 비즈니스를 지원해야 하는 IT가 회사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 안에서 IT 기술에 가장 해박하고, 비즈니스서 IT의 중요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을 가장 강하게 가진 존재도 CIO다.

여전히 수많은 CIO의 꿈은 규모의 경제다. 복잡하고 고정된 엔터프라이즈 스위트, 인더스트리 클라우드 및 스택 등을 수정없이 거대한 단일 시스템으로 쉽게 관리, 통제하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시스템이 전체 비즈니스의 수요에 공통분모 역할을 하는 형태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즈니스 부서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원한다. 이 솔루션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그날그날의 변화와 고객 기대에 느리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IT 프로젝트 예산의 증가분이 현업 부서로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CIO가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IT의 잘 작동하는 대안 모델에 증거가 최근까지 부족했다.

IT부서 중심의 중앙 집중형 신규솔루션 도입 사업은 전체 기업 매출의 3~6% 규모만 지출한다. 이 경우 업계 리더보다 낮은 성과를 보인다.

반면, 디지털 리더의 경우 일반적인 기업들의 IT 지출의 2배 이상을 지출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직이 준비하지 않았던, 더 낫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 사업들을 진행한다.

이같은 결과는 리더와 느림보 사이의 냉정한 차이를 벌린다. 거의 모든 IT리더는 자신의 IT예산을 의미있게 증가시킬 만한 실질적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디지털에서 앞서가는 기업은 예산을 지속적으로 눈에 띄게 증가시키고 있다.

사실 디지털리더가 되는데 IT예산의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영진이 IT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회사에서 IT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다. 오늘날 디지털 리더들은 전통적인 IT조직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IT와 그 역할을 정의함으로써 차별점을 드러낸다.

디지털 리더로 나아가기 위한 사고방식과 운영모델은 여러 콘셉트로 제시되고 있다. 기업이 IT를 가속하는 방법으로 ‘바이모달(bi-modal)과 멀티모달(multi-modal) IT’, ‘데브옵스(devops)’ 같은 모델이 제시되며, 밸류브로커로 CIO의 역할 교체를 말하기도 한다. 디지털 리더들은 이같은 생각을 이미 겪어 지나쳤다.

아직 많은 CIO가 톱다운 방식과, 전통적 DIY 모델 등을 고수하고 있다. 생태계 중심이기보다 프로젝트 기반의 관점에 사로잡혀 있다. 앞서가는 IT조직은 다른 방식을 취한다. 매우 다른 디지털 네이티브, 창발성 모색, 고객 중심 사고 등이다.

디지털 선도기업의 CIO와 IT책임자는 스타트업 사고, 디지털 네이티브 개념을 주입한 IT, 완고한 고객 초점, 재능 확보, 비즈니스와 기술 리더십 통합, 빠른 변화의 채택 등의 특징을 보인다.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는 기술에 대한 최고의 인큐베이터 중 하나다. 지난 20년 이상 수천회의 시도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의 교훈과 스타트업에서 사용한 기술, 직원 고용의 절차, 가장 잘 작동한 조직체계 등이 집대성되고 있다. 수년동안 크고 작은 조직에서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비용은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0년대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비용은 1천분의 1로 감소했다.

많은 대기업의 IT부서는 스타트업적 사고를 동경한다. 가진 예산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라 여기기 때문이다.

프린시펄파이낸셜그룹(PFG)의 CIO인 개리 숄튼은 자사의 재무 서비스 개발에 최소기능제품(MVP) 접근법을 채택했다. MVP 접근법은 스타트업이 제품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 사용된다. 빠른 시간 안에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도록 만들어 시장에 재빨리 선보이고, 반응을 들어가며 신기능을 추가해 확장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세대의 IT부서는 디지털의 역할과 멱함수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 디지털이 전통적인 시장에서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갖게 해줄 것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다. 모든 기업은 기술회사가 되므로, 디지털 생태계와 플랫폼의 먹이사슬 상단에 있을 때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월마트는 개발자네트워크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재무서비스에 채택했다. 새로운 개방형 생태계가 월마트를 금융업으로 진출하게 만든 핵심이다.

워터마크컨설팅의 연구에 의하면, 고객경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출 경우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고객과 기업 사이에 창작, 참여, 설득, 진실 등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작년 산업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기업들은 고객의 디지털 경험에서 앞서 있었다. 노드스트롬, 버버리 등이 내외부 고객 만족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 회사다. 고객의 만족도는 정기적으로 측정되며, 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걸쳐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게 돼 있다.

디지털 리더로 발돋움하는데 훌륭한 팀이 필요하다. 인재로 가득한 팀을 통해 기술변화곡선의 급격한 오르막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혁신 정신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하고, 반복적으로 디지털 실험의 위험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IT직원은 다재다능한 르네상스형 인재이길 요구받는다. 변화하는 기술을 언제든 받아들이고 성취할 수 있는 인재다. 이런 인재를 채용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미국 지디넷은 이를 위해 CIO가 적극적으로 업계 전반과 사회적 관계망을 폭넓게 맺으라 조언한다. 곳곳에 있을 인재를 접촉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CIO는 비즈니스와 기술을 통합한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균형감있게 디지털 사업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전략을 깊이있게 이해하면서 적절한 기술을 접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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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데이터에 기반해 빠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속에 기회와 위기, 변화의 시점이 드러난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디지털 리더의 덕목이다.

새 시대에도 기업의 CIO는 중요한 존재로서 가능성을 가졌다. CIO는 기술변화의 트레드밀에 빠르고 성공적으로 올라타게 해야 한다. 조직의 디지털화에서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변화하도록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