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크루거 BMW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5년 내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 이스라엘 자동차 솔루션 업체 모빌아이와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로 설립 100년을 맞은 BMW그룹은 향후 성장동력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런 BMW가 '백년대계'를 준비할 파트너로 인텔을 택한 건 통합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프로세서의 성능을 주요한 요소로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최대 100테라플롭(초당 1조번 연산)에 달하는 처리 성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앞으로 자동차가 수용할 수 있는 화면처리 용량은 19개 풀HD채널이 소화될 수 있는 용량의 프로세서를 필요로 한다. 리얼타임과 가상화 기술 역시 필수로 지원돼야 한다고 인텔 측은 강조하고 있다.
BMW 그룹의 헤럴드 크루거 회장은 “인텔, 모빌아이, BMW 그룹의 전문지식을 결합함으로써 실제 도로에서 완전 자동화된 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차세대 핵심 빌딩 블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BMW 그룹, 인텔, 모빌아이의 파트너십은 주행 경험을 재창조하겠다는 우리 비전을 신속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이번 협업에 광범위한 차량 내부 및 클라우드 컴퓨팅, 연결성, 안전 및 보안, 머신 러닝 자산을 제공, 진정한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ICBM(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의 집약체 될 것"
자율주행 차량은 도어락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인텔리전스를 통합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변화하는 기술을 활용하면서 협업도 이어가야 한다. 인텔과 같은 대형 IT부품업체들이 다양한 요소 기술의 통합,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이유다.
인텔은 직접 무인자동차를 개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완성차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부터 차량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프로세서까지 핵심 요소 기술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보안,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업체는 인수하며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인텔은 자동차용 오픈소스 플랫폼을 정의하는 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 오픈소스 양대 축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주축이 된 ‘제니비(GENIVI)’, ‘오토사(AUTOSAR)’ 기능 자율주행차량용 플랫폼을 개발을 지원한다.
인텔은 CPU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PC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CPU 시장 점유율도 90%를 상회한다고 자체 추산한다. 여러 영역의 높은 CPU 시장 점유율은 그만큼 여러 업무에 대한 프로세싱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딥러닝부터 보안까지 통합 포트폴리오 구성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첫 번째로 거론되는 기술 영역은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인텔은 제온 플랫폼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온 E5 플랫폼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공지능연구 하드웨어 플랫폼이기도 하다. 인텔은 제온 플랫폼을 기반으로 독일, 미국 등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딥러닝 모델을 운영하며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딥러닝 영역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딥러닝 저전력 업체인 모비디우스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딥러닝에 특화한 엔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너바나시스템즈를 매입하기도 했다. 인수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요소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구현에 필요한 두 번째 요소는 연결성이다. 자율주행차에는 통신모듈이 탑재돼 자동차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정보를 교환하고 자동차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인텔은 글로벌 이동통신사(에릭슨, KT, LG전자, 노키아, 버라이즌)들과 제휴를 통해 이미 5G 무선 플랫폼을 테스트하고 있다. 인텔 아톰 x3-M7272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각종 표준화 단체(IEEE, 3GPP)와도 정보를 교류하며 공동으로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모뎀칩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인텔은 이달 출시된 아이폰7에 아이폰 시리즈 중에는 처음으로 인텔 모뎀칩을 적용했했다. 애플은 아이폰 4S부터 모뎀칩은 퀄컴 제품만 써왔다. 인텔이 인피니언 모뎀칩 사업부를 인수한 2010년 후 6년만에 내놓은 성과다.
인텔은 모뎀칩으로 대표되는 5G네크워크 단말 분야뿐만 아니라 통신 인프라에도 CPU를 공급하고 있다. 5G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가 크게 확산될 전망인데 인텔은 이들 플랫폼에 제온을 공급하고 있다.
세 번째 자율주행차 구현 요소인 빅데이터 분야는 전통적으로 인텔이 강세를 보여 온 영역이다. 인텔에 따르면 이미 빅데이터 플랫폼의 95% 이상은 제온 프로세서 기반으로 운영된다. 최근 출시한 제온E7은 인메모리 지원 기능까지 추가해 빅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였다.
자율주행차 구현의 마지막 핵심 기술 요소는 보안이다. 차량의 핵심 부품들이 전자화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보안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인텔은 PC, 서버에 안정적으로 적용해온 보안 기능을 자동차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텔은 지난 2010년 맥아피를 인수해 소프트웨어 보안 기술을 향상 시켰다. 맥아피의 보안 기능은 인텔 반도체에도 접목했다. '인텔 트러스티드 익스큐션 엔진 보안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텔은 직접 차량용 보안 기능 강화를 위해 미래 자동차 보안 기술을 연구하는 ‘ASRB(Automotive Security Review Board’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텔은 자동차와 인간의 인터페이스 연결 기능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포드는 인텔과 협력해 프로젝트 ‘모비(Mobii)’를 진행 중이다. 모비는 음성인식, 카메라 센싱기술, 차량 내 운전자와 보행자 센싱기술 등 자율주행 차의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개발 프로젝트다.
■치열해지는 자율주행 경쟁…완성차부터 IT업계까지
인텔은 현재 전 세계 도로를 누비는 차량의 수를 약 12억대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2035년이 되면 이 수는 20억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자율주행차도 상당 비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 기아자동차도 오는 2030년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오는 2018년까지 이 분야에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전장 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올해 진보된 ADAS 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하고 2020년까지 사고제로, 스트레스 제로 목표로 ADAS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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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아우디, BMW, 메르스데스-벤츠, GM, 토요타 등이 자율주행차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IT업계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반도체 회사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무게중심도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다.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직접 개발해 시험 운영하고 애플도 무인차에 집중하고 있다. 인텔은 새 전략으로 PC를 벗어나 차량용 부품 강자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