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소프트웨어가 자사 PC 브라우저 '오페라(Opera)' 최신 정식판에 가상사설망(VPN) 접속 기능을 탑재했다. VPN은 사용자 PC와 웹서버가 주고받는 정보를 '공용망'인 인터넷으로부터 보호하는 '사설망'을 가상으로 구현한 기술을 가리킨다. 오페라 최신판 사용자들은 이 신기능을 통해 웹서핑간 프라이버시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오페라에 탑재된 VPN 기능 사용법은 앞서 VPN 기능을 탑재해 배포된 개발자용 오페라 버전에서와 동일하다. 먼저 활성화가 안 된 VPN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반인을 위한 오페라 정식판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관련기사: 오페라, 브라우저에 VPN 접속기능 내장]의 이미지를 참고로 [메뉴]-[설정]-[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을 순서대로 찾아, [VPN] 구역에 있는 'VPN 사용' 항목에 체크(V)하면 준비는 끝이다.
맞게 설정했다면 주소창 왼쪽에 'VPN'이라는 문자열이 추가된다. 이를 누르면 VPN을 켜고 끌 수 있는 작은 설정창이 열린다. 창의 맨 위 보이는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VPN 연결을 시작할 수 있다. 주소창의 VPN 문자열 바탕이 하늘색으로 바뀌면 오페라가 인수한 캐나다 VPN서비스업체 '서프이지(SurfEasy)'가 제공하는 '최적화 위치' 데이터센터의 VPN 서버에 연결된 것이다.
오페라는 VPN을 켜고 끄는 설정창을 통해 사용자가 해당 VPN접속간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측정해 알려 준다. 하지만 사용료를 받지는 않는다. 이 오페라 내장 VPN 기능은 공짜다. 공짜로 접속할 수 있는 다른 VPN서비스를 찾기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만큼 접속 품질과 속도는 떨어진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원하는 사용자는 유료VPN을 써야 한다. 오페라 무료VPN의 체감 속도 수준은 어떨까?
■웹서핑 무난…비디오 스트리밍 화질은 낮추자
인텔 코어M 기반 노트북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줌 등의 PC용 사이트 메인페이지에 접속해 봤다. 모든 콘텐츠가 표시되는 데 체감상 10~20초 가량이 걸렸다. 쾌적하다고 표현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느리지도 않다. 외국 출장 중 숙소에서 쓸 수 있는 무선랜 접속 속도와 비슷했다.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으로 이동통신 회선을 거쳐 인터넷에 연결해 접속이 원활한 경우보다는 다소 느린 편이었다.
비디오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 영상을 틀어 봤다. 씨넷코리아 채널로 들어가 길이 1분 남짓한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돌렸다. 1040p화질에선 수십초 로딩후 느지막히 재생을 시작해 끝날 때까지 5번 정도 버벅거렸다. 화질을 720p로 낮추자 끊김은 사라졌다. 또다른 스트리밍 사이트 '비메오'에서는 길이 2분 남짓한 영상을 720p 화질로 보더라도 두세번 끊김을 보였다. 화질을 540p로 낮추니 끊김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오페라 무료VPN 접속은 평상시 국내 인터넷 접속에 비하면 속도 저하가 두드러졌지만, 일반적인 포털사이트 활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양한 콘텐츠 접근이 아니라 정보 검색이 목적일 경우 화면 구성이 단순한 구글이나 네이버 심플 검색 페이지를 통해 접속하는 것으로 체감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려면 화질을 평소보다 한두단계 낮춰야 끊김 없는 감상이 가능할 것으로 짐작된다.
VPN 환경에서 네이버 오피스나 구글 G메일같은 웹 애플리케이션(이하 '웹앱')의 속도는 어떨까? 일반 인터넷 접속 환경에서도 웹앱이 여타 웹사이트보다 체감상 느릴 수 있다. 브라우저가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복잡한 자바스크립트 코드와 웹페이지의 동적객체모델(DOM)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렌더링 효율이나 PC의 성능이 웹앱 실행에 영향을 준다. 다만 네트워크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을 듯하다.
■무거운 웹앱 구동도 참을만?
네트워크가 웹앱 실행 성능에 큰 영향을 줄 것인지 짐작하기 위해 젯스트림, 크라켄, 옥테인, 드로매오 등 자바스크립트 및 DOM 렌더링 성능 벤치마크를 활용했다. 일반적으로는 브라우저의 웹서핑 체감 성능을 비교하기 위한 도구지만, 이번엔 오페라 브라우저로 일반 인터넷과 VPN으로 각각 접속한 환경에서의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일반 접속 상태(스마트폰 테더링)로 자바스크립트 벤치마크 툴 '젯스트림'을 실행시 96.492점, '크라켄'은 1911.9밀리초(ms), 옥테인은 1만5천551점, 드로매오(DOM코어 테스트) 결과는 초당 934.52회 처리(runs/s)였다. VPN 접속 상태에선 젯스트림이 61.118점, 크라켄 결과는 1945.5ms, 옥테인 결과는 1만4천615점, 드로매오 결과는 889.12runs/s였다.
젯스트림, 옥테인, 드로매오, 3가지 테스트는 빠를수록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크라켄은 빠를수록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돼 있다. 즉 테스트 4종 모두 약간의 성능 저하를 보인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수치의 저하 수준은 젯스트림을 제외한 3가지 테스트에서 엄청나다고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떤 웹앱이냐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인내심을 좀 더 발휘하면 참을만한 수준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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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 모든 실험에서 기본으로 사용한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데이터 네트워크를 PC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테더링' 기능에 의존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테더링 기능을 통한 인터넷 접속 속도는 스마트폰 인터넷 최대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더라도 무선랜이나 가정용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한 PC에서 발휘될 수 있는 최대 속도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
VPN 접속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용자 PC 대신 그가 경유한 VPN서버의 데이터센터 위치를 제시하고, 사용자 IP 주소나 행동 추적 쿠키 전달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사용자와 관련된 정보의 노출 폭을 줄여 준는 뜻이다. 따라서 오페라 내장 VPN 기능은 사용자가 웹서핑시 브라우저의 '비공개창' 등 보안 기능과 함께 사용할 경우 프라이버시 보호 효과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