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폰 출고가가 미국 뿐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주변국가들에 비해서도 8만~17만원 가량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이폰 출고가가 비싼 건 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활성화 되고 있는 '선택약정할인제도'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20%인 선택약정할인 폭을 30%까지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애플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5월 국내에 출시한 아이폰SE를 비롯해 아이폰6, 아이폰6S 등의 출고가가 일본, 홍콩, 미국 등에 비해 8만~17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SE의 국내 출시 가격은 59만원이었다. 반면 이 제품은 일본에선 56만원, 홍콩 51만원, 미국은 46만원에 출시됐다. 한국 출시 가격 92만원이었던 아이폰6S 역시 일본(84만1천원), 홍콩(83만7천원), 미국(75만4천원) 등에선 훨씬 저렴했다. 아이폰6도 한국은 85만원에 출시된 반면 일본 70만2천원, 홍콩 75만3천원, 미국 67만7천원 등에선 70만원대 이하로 판매됐다.
통신업계는 애플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한 이유 중 하나가 20%(지난해 5월까지 12%) 요금할인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 "결과적으로 국내 통신사가 애플에 보조금 주는 셈"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스마트폰 단말기 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단말기 공시 지원금 보다 요금을 싸게 내는 것이 더 경제적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20% 요금할인 대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애플은 국내 제조사와 달리 단말기 지원금을 전혀 분담하지 않는다. 아이폰 사용자 대부분이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면서 애플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와 달리 애플은 아이폰에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며 “아이폰 가입자의 약 80%가 선택약정 할인으로 가입하는데, 결과적으로 국내 이통사가 애플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단통법에 규정된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은 말 그대로 공시지원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이다. 공시지원금은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보조금을 합친 금액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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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플은 제조사의 장려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통신사의 20% 요금할인 상품 때문에 결과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착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에서는 애플 세금 특혜가 불법이라며 세금을 추징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애플에게 유리한 특혜제도를 스스로 운영하고 있는 꼴”이라며 “20% 요금할인이 제조사의 편리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돼, 이통사와 제조사간 균형적 재원 분담 구조를 와해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