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혁신센터는 공인 동물원' 논란, 장기화 되나

안철수 의원, 면담·토론회 모두 거절

방송/통신입력 :2016/09/12 16:36    수정: 2016/09/12 16:47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거다.”

“창조경제혁신센터야말로 미래성장 동력이다. 공개토론회 하자.”

안철수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 발언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판 대상으로 지목된 창조경제혁신센터 협의회 측은 오는 21일 공개토론회를 안철수 의원 측에 정식 제안했지만 이 역시 안 의원의 거절로 무산될 전망이다.

지난 3일 안철수 의원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독점 권한 구조를 꼬집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리켜 ‘국가 공인 동물원’에 비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안철수 의원은 당시 "(정부가) 개념이 없다. 왜 기업들이 제대로 못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며 "B2B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왜 잘안되느냐, 그건 동물원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대기업 하나씩 독점 권한을 줌으로써 구조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거다.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핵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해서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왜 낮은지에 대해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 협의회는 안철수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몇몇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은 안철수 의원실을 찾아 네 차례 면담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송희경 의원은 공식 기자 회견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열매는 특정 대기업, 소수의 독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와 대한민국 전체의 풍요, 나아가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이는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재단할 공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김선일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장은 “안철수 의원이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고, 창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성원들이 열심히 만들어내는 성과와 희망 움직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동물원 프레임으로 폄하하는 건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 안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에 설치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이어 협의회는 오는 21일 안철수 의원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거절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은 지난 11일 협의회의 공개토론회 제안을 두고 “일방적인 관제토론회”라고 평가절하 한 뒤, 해명과 토론회 참석 모두를 거부했다.

그는 “대기업이 다 가져가는 구조를 고치라는 발언인데 창업기업 모독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어를 왜 못 알아듣나”라며 협의회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나아가 “자기들도 하기 싫은데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 같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공무원의 탁상행정으로 비판한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실 측은 “(안철수 의원 발언은) 지금 당장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기업이 독식하는 생태계를 동물원에 빗대 비판한 것”이라며 “이런 생태계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방치한 상태에서 운영되는 혁신센터가 효용성 있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안철수 의원의 21일 공개토론 참여 여부에 자신이 답할 수 없다”면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 자료가 나와야 토론 등 어떤 진전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동물원 발언과 관련한 공식 기자 회견에 나선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가운데).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센터장은 “안철수 의원 측에 항의를 하고자 한 게 아니라 면담을 통해 대화하고 오해를 풀고자 의원실을 몇 차례나 방문했던 것”이라면서 “안 의원의 말처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들이 창업 기업에 어떤 권한을 행사하거나 이들의 이익을 편취하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우리에 가두고, 일은 중소기업이 다 하고 이익은 대기업이 챙겨가는 불합리한 구조만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면 이견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울타리에 놓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기업 울타리를 필요로 하는 절박한 창업 기업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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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기업 대부분은 정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된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오히려 걱정인 상황”이라면서 “안 의원 말대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고자 한 취지였다면 이를 협의회와 만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가 토론회 참석 여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 동물원 발언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듣고자 안철수 의원실 측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 보좌관과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개인 보좌관 개인 휴대전화로도 연락하고 문자까지 남겼지만 장시간 회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