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몰이로 순항 중이던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갤노트7)이 전량 리콜 조치로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번 '갤노트7 9.2 리콜' 사태는 향후 IT 산업과 시장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이번 주 애플의 아이폰7과 LG전자 V20 출시가 예정된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 전량 리콜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갤럭시S7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거세게 몰아붙이던 갤럭시 돌풍은 잠시 공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제품불량이 발생하면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하며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나섰던 기업들의 안일한 대응 자세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잇따른 폭발 사고가 배터리 불량으로 확인된 갤노트7를 전량 수거하고 모두 새 제품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전량 리콜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4일 인터넷상에 첫 갤노트7 폭발 사고가 보고된지 열흘만이다. 신속한 조치에 시장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삼성전자가 소비자 안전과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조(兆) 단위의 손실을 무릅쓰고 고객의 신뢰를 선택한 삼성전자의 결단이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시장에선 이번 삼성의 통 큰 리콜을 계기로 IT 업계에서 되풀이 되어 온 '문제 있는 제품의 배터리만 바꿔준다'는 식의 리콜 관행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리콜 사태는 애플과 중국 기업 등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삼성전자에겐 그야말로 뼈아픈 일이다. 배터리 불량률이 100만대 중 24대 수준으로 0.1%도 되지 않지만 전량 리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되돌아 봐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번 리콜은 초기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W 버그나 카메라 기능상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배터리 불량이다. 동종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부품 소싱과 품질공정 관리에 구멍이 뚫린 일인 만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빡빡한 개발 일정에 쫓겨 너무 급박하게 제품을 출시하다보니 공정상에서 일부 제품의 품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9월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7을 의식해 갤노트7 출시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또 글로벌 동시 출시 지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하우징 공정에선 색상별 제품 수요 예측 오류, 부품 소싱 공정 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 봄 출시한 갤럭시S7 이후 연 이은 성공에 대한 압박과 조급함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들이 안팎에서 많이 들린다.
삼성전자의 제품 라인업에서 갤노트7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이다. 회사의 얼굴 역할을 하는 갤럭시S7의 백업 제품으로 갤노트7은 그리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니다. 전작의 경우 판매량은 1천만대 미만이다. 노트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대화면 시장을 개척하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큰 화면을 좋아하지 않는 유럽보다는 중국과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보면 된다. 짧아진 스마트폰 주기에 대응하는 성격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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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갤노트7에 홍채인식 등 신기술이 적용되고 전작 대비 곡면 디스플레이 등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더구나 아이폰7과의 경쟁작이라는 특명을 맡으면서 말이다. 내부적으로 신기술에 집중하다보니 배터리 등 외부 부품 관리에 방심했을 수도 있다.
세상엔 100% 완벽한 기술이란 없다. 유사 이래 과학은 실패를 통한 끊임없는 응전을 통해 인류의 진보를 도모했다. 그럼에도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내부 품질 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고 거듭나야 함은 당연하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이번 리콜 사태를 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등에게는 적이 많기 마련이다. 어렵사리 쥔 시장 지배력을 자칫 애플 아이폰7에게 내어 줄 수도 있다. 품질관리는 잘 못하고 위기관리만 잘했다는 평가는 한번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