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폭발 논란에 휩싸인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전량 새 제품으로 교체해 주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그동안 악화일로를 걷던 갤노트7 사태도 빠르게 수습될 기미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2일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신제품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에서 판매된 40만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간 250만대(셀 아웃 기준)에 달하는 제품 모두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단순 출하가 기준으로 2조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인력과 시간, 이로 인한 신규 판매 중단과 생산 차질 등을 감수하고 그야말로 통 큰 결정을 내린 셈이다.
기자 기억으로는 휴대폰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콜로 여겨진다. 2010년 초 모토로라가 배터리 불량 문제로 만들어 놓은 제품(스콜피온 미니) 출시를 자진 철회한 적은 있지만 이미 판매한 제품을 전량 수거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해 주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
갤럭시노트7 관련 발화 논란은 지난 24일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첫 보고된 이후 2일까지 국내외에서 총 8건의 사고가 보고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9월 1일을 기준으로 배터리 소손(발화) 사고는 국내외 총 35건이 접수됐고 이는 100만대 중 24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 불량률이 0.002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소비자 보호에 선제적으로 초강수를 둔 이유는 사태를 조기 수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수뇌부들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과거 유사 사례를 봤을 때 '소비자 안전 문제' 등 부분 리콜 시행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는 내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노트7은 방수·방진 폰이다. 제품을 한번 뜯어 문제가 되는 배터리만 교체할 경우 방수 기능이 깨지기 때문에 전량 리콜 교환이 정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IT기기에 민감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섣부른 리콜은 오히려 이들의 원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을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과거 어설픈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을 야기했던 '옴니아' 사태의 악몽을 떠올렸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제품 출시 초기인 만큼 이같은 소비자 보호조치와 빠른 결정이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약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보통신(IT) 업계 한 관계자는 “(전량 교체가)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 발빠른 대처로 보인다"며 "과거 배터리 불량에 대해 어설프게 대응했던 다른 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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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갤노트7은 방수폰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뜯으면 제품 기능상 문제가 크다"며 "전량 교환 리콜이 답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올초 취임 일성으로 "고객으로부터 사랑 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소 고 사장은 "고객과 회사 직원, 파트너사를 잇는 신뢰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드러내곤 했다. 오늘 그는 고객 앞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평소 자신의 신념과 '소비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금전적 손해를 입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객의 신뢰와 믿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