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십시일반'으로 투자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초기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지 반 년이 넘었지만 현업 담당자들이 체감하는 투자규모는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 실제 대상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기까지 중복되고, 불편한 프로세스를 거쳐야한다는 점을 개선해야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33건의 펀딩 신청 기업 중 절반 수준인 64건이 성공했고, 4천400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다. 총 투자유치액은 102억원 수준이다. 아직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전문투자자들이나 기존에 주식투자자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투자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려면 실명확인, 신분증 스캔본 제출 뒤 승인 등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하는데다가 반드시 본인명의 증권계좌를 개설해야한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진입 장벽일 수 있다.
개인회원 자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최대 500만원에 그치고, 투자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활발한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자가 직접 오픈트레이드, 인크, 와디즈 등이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바일앱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서비스에 일반투자자 회원으로 가입해 본 결과, 실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신분증 사본을 스캔한 파일을 올려야만 했다. 증권계좌를 따로 개설한 뒤 등록해야하고, 주민등록 상 주소지 입력도 필수였다.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20여개 증권사에 온오프라인으로 방문해 개설하는 절차를 거쳐야한다. 은행에서도 자신의 계좌와 연동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으나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영업점에 방문해야한다는 수고가 따른다.
와디즈의 경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웹사이트에서 이메일과 휴대폰 본인인증 외에도 페이스북, 카카오톡 계정을 활용한 회원가입을 지원하나 휴대폰 본인인증과 함께 일반 투자자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본인인증을 하고, 주민번호 뒷자리, 주소 등을 입력해야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회원가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위해서는 증권계좌와 실명확인증표를 등록하는 과정을 추가로 진행해야한다. 이는 모든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공통사항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증권계좌를 개설해 등록절차까지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또 한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반드시 금융결제원이 서비스하는 뱅크페이라는 실시간 계좌이체 모듈을 써야한다는 점이다.
모바일에서와 달리 PC, 노트북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웹사이트에 접속해 투자를 진행하려면 인터넷익스플로러9, 10, 11 버전이 필요하며 액티브X를 통해서 해당 결제모듈 플러그인을 설치하게 된다. 주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는 크롬 등에서는 NPAPI 지원 중단에 따라 결제모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자본시장법 상 온라인소액거래중개업자로 분류된다.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대상 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인 만큼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등 절차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과정이 복잡하고, 중복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다가 번거로운 탓에 투자를 결심한 일반인들이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던 사용자들이라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는 발을 들이기도 힘든 실정이다.
현재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뱅크페이 결제모듈로 공인인증서를 불러온 뒤 실시간으로 계좌이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존 국내외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이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하고, 영국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드큐브가 기존 결제에 활용하듯 체크카드나 선불카드를 통한 투자를 지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달리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스타트업, 중소기업들 중 벤처기업협회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았거나 창업 3년 이내 기술 우수기업에 해당하지 않으면 별다른 소득공제혜택이 없다는 점도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앞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을 경우 현행 법 상 이렇다 할 소득공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증권거래세법 상 벤처, 중소기업에 대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장외주식을 거래할 경우 투자금의 0.5%에 해당하는 거래세와 시세차익에 대해서도 10%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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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 인크 대표는 "여윳돈이 있는 50대~70대들이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아는 지인들이 투자하려고 해도 프로세스가 너무 엄격한 탓에 귀찮고 짜증나서 투자를 안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개인 당 연간 최대 500만원, 그 중 1개 기업에 대해서는 200만원으로 펀딩이 제한되고,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크라우드펀딩 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라 전자상거래에서처럼 물건을 사는 것과 달리 자본시장법, 금융실명법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은행창구나 ATM에서 계좌이체를 통해 청약결제할 수 있게 하고, 투자를 먼저 진행한 뒤에 나중에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