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후발주자 오라클이 혁신과 투명성, 사용자와 파트너간의 생태계를 강조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자 '자격론'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사업 무게중심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와 유지보수 계약에서 SaaS 서브스크립션 판매로 바꾸고, 다음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앞서 한국오라클은 지난 2014년 5월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본사 움직임에 발맞춰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고 나섰다. 당시 기업 핵심 정보를 다루는 전사적자원관리(ERP)도 결국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리란 관측과 한국 시장도 무르익었다는 기대를 보였다.
최근 오라클은 그간의 성과를 자랑했다. 지난 6월 실적 발표에서 201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106억달러 가운데 클라우드 매출이 8억6천만달러 가량으로 전년동기대비 49% 늘었고, 2016 연간매출 370억달러 중 클라우드 매출이 29억달러로 전년대비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라클 본사가 집계한 클라우드 ERP 누적 고객 수는 2천600곳 이상인데, 그 중 800곳 이상이 2016 회계연도 4분기에 확보됐다. 오라클은 이를 바탕으로 전체 클라우드 및 SaaS 사업이 매우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리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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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오라클은 SaaS 방식으로 제공하는 ERP 애플리케이션과 사업 현황을 전했다. 11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서 ERP 클라우드 솔루션과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통해서다. 국내 성과를 부각시키는 대신, 본사의 거시적 지표를 되새겼다.
한국오라클은 ERP도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사용 시나리오 등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전환이 고려돼야 하며, 자사 SaaS 기반의 ERP 제품이 다양한 기기에서 기업내 업무 환경과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 중소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규모의 조직을 대상으로 ERP를 제공하며 혁신을 지원한다는 메시지다.
■"진정한 SaaS 사업자는…"
이날 현장엔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과 SaaS 사업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본사의 클라우드 ERP 및 공급망관리(SCM) 부문 사업 담당 임원이 자리했다. 그의 발언에서 여타 사업자들보다 오라클의 ERP를 비롯한 클라우드 솔루션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이날 배석한 자스비르 싱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클라우드 ERP 및 SCM 부문 부사장이 바로 '클라우드 SaaS 사업자 자격론'을 꺼내든 주인공이다. 본사의 클라우드ERP솔루션 사업 전략의 경쟁력을 강조한 그의 발언을 분석, 재구성하면 다음 4가지를 갖춰야 '제대로 된 SaaS 업체'다.
첫째는 지속적인 혁신이다. SaaS 사업 성장에 따라 제품의 근간을 개선하고, 다양한 사용자를 아우를 수 있도록 표준형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가능성을 지원해야 한다. 오라클은 6개월마다 SaaS 제품을 업데이트하고, 그 표준 애플리케이션에 '앱스빌더'라는 커스터마이징툴로 독특한 요구사항이나 개별 니즈에 맞는 기능(익스텐션)을 부가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는 투명성이다. 전통적인 IT인프라에 투입됐던 엔터프라이즈 제품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는 길은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열려 있지 않았다. SaaS 제품과 관련한 정보는 사용자들이 쉽게 찾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오라클은 자신들의 제품과 관련된 일반 문서와 데이터시트 그리고 솔루션을 도입한 고객사 등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는 독립소프트웨어개발사(ISV)와의 협력 생태계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플랫폼 개발사에서 운영하는 장터를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다양한 앱을 내려받아 쓰는 것처럼, SaaS 제품에 필요한 부가 요소를 쓰려는 고객들도 클라우드 업체 바깥 조직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라클은 인증된 ISV의 기술을 등록, 고객들에게 유통하는 '오라클 클라우드마켓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다.
넷째는 제품 사용자들간의 커뮤니티 생태계다. SaaS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사업자가 일일이 대응 못했던 사안으로부터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한다든지, 다수 고객사들이 공통된 목소리를 내어 제품과 사업 운영 방향에 의견을 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오라클은 여러 주제로 사용자간 토론을이 벌어지고 오라클이 고객 목소리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포럼을 운영 중이다.
■본사 성과 한국에 확산 가능할까
물론 싱 부사장이 이 4가지를 각각 떼어 놓고 명시적으로 자격 요소 운운한 건 아니다. 이 내용에 관련된 그의 실제 발언을 일부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진정한 SaaS 사업자는 지속적인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 … 미래에는 아예 (6개월 단위 같은 정기적) 릴리즈 없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모델도 생각하고 있다. 진정한 SaaS의 힘이 발휘되는 미래가 멀지 않다. … SaaS 세계에서, 커뮤니티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는 건 (사업자에게) 다양한 이점을 준다. … 오라클 마켓플레이스는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각자의 지적재산(IP)을 독특한 기능을 제공한다든지 특정 산업이나 정부의 요건을 충족시켜 오라클 ERP와 SCM에 통합할 수 있게 만드는 툴을 만들어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 SaaS 세계에선 고객들이 다양한 IP를 구축하고, 사용자들이 이야기를 모여 나눌 플랫폼도 구축돼야 한다."
다만 싱 부사장의 4가지 SaaS 사업자로서의 자격 요건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 혁신'이라 표현된 최신 버전의 SaaS 애플리케이션은, 클라우드 특성상 전세계에 동일한 기술로 제공하기가 어렵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투명성, 협력 생태계, 커뮤니티 생태계 등 3가지는 기술과 별개다. 이걸 갖추려면 현지 사업장에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협력 생태계'로 표현된 오라클 클라우드마켓플레이스에는 오라클이 인증한 ISV들이 올린 1천700여개 부가 기술이 있는데, 그중 아직 한국 파트너가 한국 시장 여건에 맞게 만들어 올린 SaaS 애플리케이션용 부가 기술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외국 ISV가 만든 기술 중 한국어 설명이 제공되는 것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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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오라클 클라우드마켓플레이스에 한국 시장 상황에 맞는 기술을 새롭게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오라클 측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듯하다. 싱 부사장의 관련 언급을 옮겨 봤다.
"이 마켓플레이스에 한국 기업들이 (직접 개발한 기술을) 많이 올려 줬으면 한다. 기업들이 이곳에 기술을 올리기 위한 IS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해당 자격을 갖춘 경우 오라클의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이로써 전세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오라클 마켓플레이스에 ISV들의 IP가 판매될 수 있다. 우리는 (ISV)파트너가 특정한 한국의 상황이나 요건을 충족하는 IP를 개발해, 우리가 제공하는 SaaS ERP의 '익스텐션'과 함께 제공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