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戰 "IT-디자인 대리전"

구글 등 삼성 지원…디자이너 111명 애플 지지

홈&모바일입력 :2016/08/05 10:53    수정: 2016/08/05 17: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과 애플 간 특허전쟁이 실리콘밸리와 디자이너들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먼 포스터, 캘빈 클라인, 폴 스미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삼성과의 특허 소송 상고심을 앞둔 애플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자 의견서(amci curiae)를 제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들 외에도 존 소렐 영국 디자인위원회 위원장, 페터 젝 레드닷어워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 산업디자인계 거물들도 애플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법정 조언자 의견서란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법정에 의견을 제출해 최종 판결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대표 IT 기업들은 삼성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자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리게 될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 "디자인이 곧 제품 자체" vs "과도한 보상 땐 혁신 실종"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애플 지지 대열에 동참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상고심의 핵심 쟁점이 ‘디자인 특허권에 대한 보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시작된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전쟁이다. 항소심에서 5억4천8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은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미국 대법원은 삼성의 상고 신청 이유 중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부분만 수용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1일 시작될 상고심에서는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에 애플의 법정조언자 의견에 동참한 디자이너들은 “제품의 시각적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겐 곧 제품 그 자체”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삼성 대법원 준비 서면)

뉴욕 디자인 자문 기관인 마우로 뉴미디어 창업자인 찰스 마우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에서 삼성이 승리할 경우 디자인 전문가들에겐 엄청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대 마케팅과 인지과학 연구에서도 시각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 삼성 쪽 법정조언자로 나선 IT 기업들은 디자인 특허에 대한 과도한 배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할 경우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IT 기업들의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삼성 측은 “특허 전문가를 비롯해 기업들과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 (애플에 유리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지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 미국 대법원, 122년만에 디자인 특허 심리

오는 10월 11일 시작될 삼성과 애플 간의 상고심은 미국 대법원이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에 대해 심리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삼성이 상고 대상으로 삼은 애플 디자인 특허권은 크게 세 가지 종류다.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D677 특허권을 비롯해 베젤을 덧붙인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 관련 침해 부분이 상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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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1심과 항소법원은 미국 특허법 289조를 근거로 삼성에 배상금을 부과했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바로 이 부분이 IT 시대엔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소송에선 미국 특허법 289조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진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