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인기를 얻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 팬이라면 13회에 등장한 서대영 상사(진구)와 윤명주 중위(김지원)의 자율주행차 로맨스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현대차 제네시스 DH 차량을 운전중이던 서 상사는 스티어링 휠 왼쪽 부근에 위치한 LKAS(Lane Keeping Assistant Program, 주행조향보조시스템)을 누른 후 윤 중위를 바라보며 달콤한 로맨스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드라마에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DH, 제네시스 G80, 제네시스 EQ900 등에 적용한 LKAS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차선 이탈을 스스로 방지해주는 보조 기능이다. 운전자가 약 10여초 정도 스티어링 휠에 손을 떼면 이 기능은 해제된다. LKAS가 작동중이더라도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는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LKAS 기능은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끌어나갈 필수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운전자가 시속 70km/h 이상의 간선도로에 주행중이거나, 고속도로 부근을 달릴 때의 피로감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네시스 고급 세단에만 주로 적용됐던 LKAS 기능은 지난 6월말 본격 출고가 시작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기능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도 없는 기능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어나갈 핵심 차량임을 뜻한다.
■차선 이탈 확실히 방지, 그러나 여전한 불안감
지난 3월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잠깐 운전해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엑스포 개최 현장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변을 한바퀴 도는 코스에 그쳤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당시 대중들에게 공개됐지만, 아직 본격 양산과정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4개월여만에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약 30km 정도 직접 주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시승 코스는 여의도 마리나에서 암사동 카페 스테이지 28까지 오가는 왕복 64km 구간이다.
이번 시승코스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특성에 맞게 구성됐다고 현대차 관계자가 설명했다. 여의도서부터 강남까지 LKAS 등의 부분 자율주행 기능과 고속 주행을 즐길 수 있으며, 신사역 진입 부근에서 회생 제동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시승회 시간 동안 이뤄야 할 가장 큰 목적은 부분 자율주행 테스트였다. 시속 100km이상 고속도로 주행을 원했지만, 할 수 없이 평균 속도 70~80km 구간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일대를 돌며 LKAS, ASCC(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들을 써보기로 했다.
시승 당일인 15일(금) 서울 날씨와 교통 상황이 상당히 좋았다.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테스트하기에 무리가 없는 환경이었다.
올림픽대로에 진입한 후 속도계 바늘이 시속 60km가 넘어가자 7인치 크기의 계기반 클러스터는 LKAS와 ASCC 기능 사용이 가능하다는 알림을 보냈다. 이 클러스터는 LKAS 기능 사용이 되지 않을 때 흰색, 사용이 가능할 때 초록색 그림을 띄운다.
참고로 현대차는 총 2가지 종류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에 들어가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은 속도 조절 및 차간 거리 유지는 가능하지만, 시속 10km/h 이하시 작동이 해제된다. 반대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정차까지 지원된다.
올림픽대로에서 사용한 ASCC의 점수는 70점을 주고 싶다. 스티어링 휠에 자신이 원하는 차간 거리 조절을 간단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간 거리 설정을 위해 앞 차량을 너무 급하게 따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고속 주행을 자주 즐기는 운전자에게 큰 문제가 없지만, 겁이 많거나 안전 운전을 중요시하다면 ASCC의 급한 성격에 놀랄 것이다.
ASCC 테스트 이후 LKAS 테스트를 진행해봤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LKAS는 차량 룸미러 전방에 위치한 카메라를 주로 활용한다. 이 카메라는 사전에 도로 차선 흐름을 살핀 후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의 조향을 돕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LKAS는 올림픽대로 대다수의 차선을 잘 인식했다. 교통 흐름에 따라 차선 변경시 LKAS는 잠시 해제되지만 차선 변경 후 직선 주행을 유지하면 곧바로 LKAS 시스템이 다시 활성화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LKAS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단점부터 말하자면, LKAS 시스템의 직진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판매중인 차량의 모든 주행조향 보조시스템의 문제다. 아직까지는 이 기능이 차선 이탈을 자동으로 방지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직진성이 더욱 강화된 LKAS 시스템은 오는 2020년 이후에 가능하다는 것이 자동차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승 당시 올림픽대로에는 덤프 트럭이 많이 지나갔다. 또 일부 구간은 도로 포장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LKAS에 너무 의존하면 차량이나 공사 시설물에 들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스티어링 휠 관련 경고음이 기자의 생각을 동의하게 해준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LKAS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약 10초 정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자체 경보음을 울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로 부분 자율주행한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부분 자율주행 즐기기(바로가기)
■기대이상의 정숙성...호불호 갈리는 회생제동 패들쉬프트
한마디로 ‘다이내믹’ 했던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부분 자율주행 체험을 마친 후,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접어들었을 때는 회생제동 기능을 주로 써봤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제동이다. 전기차 특성 상 가속시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마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때 느낌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현대차는 이같은 전기차 고객들의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총 3단계의 회생제동 시스템을 만들었다. 감속도를 최고 3가지로 자체 세팅해 운전자들의 취향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이 3단계 회생 제동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패들쉬프트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좌측 버튼에는 회생제동 및 감속량을 증가시킬 수 있고, 오른쪽은 감소시킨다.
회생제동 1단계는 여느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속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2단계로 올리는 순간 SM3 Z.E. 에코 모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속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3단계는 몸이 슬쩍 앞으로 쏠릴 정도의 회생제동 및 감속도가 느껴졌다.
이같은 기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아이오닉 일렉트릭 주행 연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생제동 패들쉬프트는 분명 개인마다 호불호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이날 같이 시승한 타사 기자는 “회생제동 패들쉬프트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2단계 이후부터 너무 감속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회생제동 패들쉬프트와 달리 전체적인 도심 도로 내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다. 지난 3월 체험 때 들을 수 있었던 미세한 모터 소리를 잡은 듯한 느낌이다. 주행 시 노면음만 들릴 뿐 모터 소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과장이 아니고 진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략만 잘 짜면 한번 충전에 300km 주행 가능”
현대차가 밝힌 정부 공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연비는 도심 6.9km/kWh, 고속도로 5.8km/kWh, 복합 6.3km/kWh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는 도심 206km, 고속도로 173km, 복합 191km다. 영구자석형 동기모터가 동력원으로 쓰이며, 모터의 최고출력은 88kW(119.6ps), 최대토크는 30.1kg.m(295Nm)다.
28kWh 용량의 LG화학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주행 전략만 잘 짜면 최대 300km 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예측이 시승행사 현장에서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진행한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연비왕 행사를 열었는데, 선두권을 차지한 타 매체 기자의 연비 기록이 놀랍다. 한 기자는 복합 연비가 무려 10km/kWh를 기록했고, 다른 기자도 14km/kWh를 기록했다. 정부 공인보다 무려 두 배다. 현대차는 “이런 페이스대로 유지하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최대 300km 주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15일 행사에 참여한 기자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스포츠 모드 전환 테스트를 주로 활용한 탓에 연비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결과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기자의 기록은 약 7km/kWh가 나왔고 동승한 타 매체 기자는 약 8km/kWh가 나왔다. 이 역시도 공인 연비를 넘어선 기록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친환경차 정책을 이끌어나갈 중요한 모델 중 하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0차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8차종, 전기차 8차종, 수소연료전기차 2차종 등 총 28차종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 회사 측 목표다.
현대차는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운전자들이 충전 걱정 없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실장은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도 방전에 대한 불안감은 있기 마련이다”며 “국내 자동차 메이커 최초로 찾아가는 이동형 충전 서비스 실행을 통해 이같은 걱정을 덜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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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행사에서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의 이같은 계획은 올 하반기 제주도 지역에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차 충전 관련 전담 인력이 전기차 충전 공급 차량과 함께 고객을 방문해 긴급 충전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류 실장은 이를 두고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라고 표현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주력 트림인 N트림이 4천만원 ▲Q트림이 4천300만원이다.(※판매가격은 세제 혜택(개별소비세 200만원, 교육세 60만원 한도 감면) 적용 후 기준). 만일 올해 진행중인 전국 지자체별 전기차 민간 공모에서의 정부 지원금 혜택을 받게 되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구매가격은 2천만원~2천5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가격은 N트림 기준, 각 지자체별로 보조금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