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삼성전자-BYD, 韓·中 시장서 '윈윈'

삼성기술 날개 단 BYD...삼성, 중국 진출 교두보 확보

홈&모바일입력 :2016/07/15 18:01    수정: 2016/07/17 12:25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比亞迪·BYD)에 지분투자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두 회사간 시너지 파장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5일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용 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국 BYD에 지분투자를 협의했다"며 "투자금액과 지분 등은 최종 확정된 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중국법인이 BYD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위안(약 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테슬라, 닛산 등 다른 전기차 메이커를 마다하고 중국 BYD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과 위상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BYD를 포함한 중국 업체들의 세계 전기차 시장 질주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전기차 전문 통계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글로벌 순수 전기차 출하량 상위 10개 모델 중 4개 모델이 중국산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BYD의 e6가 7천759대 출하돼 전체 4위에 올랐다.

같은 BYD 소속인 전기차 모델 'Tang'의 경우 올해 1분기 글로벌 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통합 판매량에서 전체 4위인 9천221대를 기록했다. 이 정도 추세라면 분기별 1만대 이상 판매는 거뜬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BYD와 자본 협력을 통해 날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부품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D e6 (사진=BYD)

■BYD, 한국시장 진출 적극 구애...삼성전자 마음 움직인 듯

BYD의 적극적인 한국 진출 움직임도 삼성전자 투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BYD는 지난 2015년과 올해 3월 열린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 2년 연속 참석했다.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들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BYD는 올해 3월 엑스포 행사장 주변에서 전기 버스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당시 BYD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250km까지 갈 수 있는 저상버스 'CK612LGEV'를 제주 현지에 배치했고, 일부 관람객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BYD는 이미 전기버스 판매를 위해 국내 업체와 협약을 끝마쳤다. BYD의 판매는 국내 운송 분야 전문 업체 썬코어가 담당하며 올해말부터 저상버스 판매에 돌입할 방침이다.

BYD 관계자는 자사 전기차 버스 품질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자와의 만남에서 “전기버스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총 4천회 이상 충전 및 방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정상적인 사용조건하에서는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며 차량 내에 스마트관리시스템을 탑재해 손쉬운 정비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일대를 주행하는 BYD 저상 전기버스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BYD, 한·중 시장에서 '윈윈'

삼성전자와 BYD는 이번 지분 투자 결정이 발표되기 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BYD에 각종 센서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와 LCD 등 부품을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래 성장성은 밝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과 인프라는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세세한 자동차 부품 제조 능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BYD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해외 유명 자동차 부품 업체들 중 보쉬만이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에 큰 견인을 한 만큼, 중국 내부에서 자동차 부품 시장 입지가 좁다”며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으로 BYD 입장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센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강화에 큰 힘을 얻게 됐고,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어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분야 강화를 위해 BYD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국내 라이벌인 LG전자가 메르세데스-벤츠, GM, 폭스바겐 그룹과의 협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스스로도 다각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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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와 파트너십을 통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 협력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가 계열사인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는 "이번 투자는 삼성SDI의 배터리 납품처 확보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충전중인 중국 BYD 전기버스 'K7' (사진=BY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