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은 필생의 꿈과 같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걸출한 국내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창업 당시부터 불굴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해외 시장을 노크해왔다. 라인을 주력 시장인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증시에도 상장시킨 것은 그 꿈의 절반을 이룬 것이고 나머지 절반을 채우기 위해 주춧돌을 놓은 것과 같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 라인을 동시 상장한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 꿈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특히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유와 관련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해외 진출을 위해 집중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미와 유럽의 경우 라인 외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기회를 엿보다는 전략이다.
또 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인터넷 사업의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날 기자들과 이 의장이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다.
■"우리 서비스, 유럽과 미국으로 확장해가고 싶다"
-상장 이후 전략에 관심이 높다. 라인은 그동안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해왔다. 상장 이후 주목하는 시장은?
"아시아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과 미국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기존 메신저 모델로는 어려울 것 같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기회를 봐야 한다."
-지금 상장하기로 한 배경 및 뉴욕과 도쿄에 동시 상장한 구체적인 이유는?
"좋은 상장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투자자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 때 상장하려고 했다. 어떻게 성장할 것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지에 대한 답이 나와 있을 때 상장해야 한다. 라인은 많은 매출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라인이 꿈꾸는 것은 일본에서만의 브랜드가 아니다. 해외 진출 의지를 보이려면 뉴욕에도 상장하는 것이 M&A나 주식 스와핑을 해야할 경우가 있을 때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라인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라인 상장으로 많은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 하면서 처음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 그 전에도 수익은 났지만 해외 사업하기엔 빠듯했는데, 이제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우선 기술쪽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한 순간에 사용자들은 넘어갈 수 있다. 그런만큼,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외국 회사들은 자본력으로 많은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 현금이 많아졌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 회사들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적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M&A 관련해서는 당장 할만한 회사가 있는 것 같진 않다. 하게 된다면 기술이 강한 곳이 타겟이 될 것이다."
■"미국서 새 기술 나올 때마다 스테레스 받는다"
-네이버의 경쟁사는 어디인가? 그리고 극복대상은?
"늘 두려운 것은 미국에서 시작한 인터넷 업체들이다. 네이버가 공룡이면 구글은 고질라다. 창업 18년 됐는데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매일 아침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어 소비자들이 언제든 바로 쓸 수 있다. 중국은 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고 자국 기업들을 육성한다. 현지 기업들 시가총액이 수백조원대다. 그런 회사들과 경쟁해서 살아남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 SNS는 페이스북, 사진은 인스타그램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 앞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인터넷 시장이 크지 않다. 인구 5천만인데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안정된 수익과 성장을 가져가기엔 쉽지 않다. 승부는 더 큰 시장에서 내야 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승부하는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
-한국 인터넷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라고 보나? 그리고 창업자로서 네이버의 청사진을 말한다면?
"매달 일본을 왔다갔다 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던 브랜드도 해외로 나가면 너무 약하다. 미국 서비스들은 모든 나라에서 인정받는 것과는 다르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브랜드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왔는데, 라인이 뉴욕과 도쿄에 상장되면서 브랜드 파워를 나름 갖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네이버의 미래는 또 다른 라인이 나오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와 독립해서 라인처럼 멋진 자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라인 외에 글로벌에서 통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뭐라고 보나?
"라인 웹툰, 브이, 웍스 모바일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업은 뿌리가 있는 기술 사업이다. 오랫동안 기술력을 쌓고 아이디어 얹혀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포켓몬고같은 것을 한국은 못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 기업이 빨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반성도 된다. 구글이 AR 쪽에 투자한 돈이 30조원 정도다. 워낙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니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혁신들이 투자한 회사들에서 나오고 있다. 많이 투자하면 아무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싸이월드, 지식인, 통합검색 등 국내에서 시도된 재미있는 것들도 많다. 혁신 없이 시장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하면 서운할 때도 있다."
■"절박함과 유연성이 지속 경영의 요체다"
-자기만의 의사 결정 방식이 있나?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직원들에게 이게 우리회사의 비전이다, 철학이다 명쾌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3년 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회사가 살아남은 것은 유연했기 때문이다. 비전이 강하면 조직이 딱딱해질 수 있다. 회사는 빠르게 변화해야 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절박함과 유연성을 가져야 계속 살아남는다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회사 중 주목받고 있는 텐센트는 포털, 메신저, 게임 사업 부문에서 잘 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경우 NHN엔터 분리 하면서 게임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회사와 싸우는데 필요한 리소스가 부족하다. 슈퍼셀 같은 회사의 경우 관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수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미국 인력 채용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인재 확보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이에 해외에서 브랜치도 만들고 있다. 물론 A급 인력들이 한국 기업에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를 감안해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한국 룰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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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을 허가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다.
"미국 회사들은 시가총액도 많고 브랜드 파워도 세다. 그러나 유튜브나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한국에서 얼마를 버는지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해외 서비스를 막자는 건 아니지만 회사가 돈을 벌면 매출도 공개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자 데이터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 업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서비스 회사가 세금도 안내고 데이터 문제에 대해 대충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네이버가 그랬다면, 여러분들이 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 지도 문제도 서비스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을 하려면 국가마다 룰이 있다. 구글 지도 좋으면 들어와야 하고 거기거 경쟁해야 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세금 정확하게 내야 하고 데이터가 어디있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 유럽도 사용자 정보 보호 법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