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게임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집이나 게임방 같은 곳에 은둔하던 게이머들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덕분에 게임에 대한 기본 상식이 바뀌고 있다.
씨넷, 게임스팟 등 복수의 외신들은 포켓몬 고가 출시된 북미 등에서 포켓몬스터를 포획하기 위해 거리를 다니는 게임 이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포켓몬 고가 어느덧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셈.
보도에 따르면 일부 포켓몬 고 이용자는 포획한 포켓몬스터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1km를 이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게임 방식은 팬덤화되면서 새로운 게임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켓몬고 열풍에 광풍.…움직이고 몸 사용하는 문화 창조
이런 포켓몬 고 열풍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출시되 되기 전부터 해외 계정을 만들어 게임을 설치해 즐기고 있다. 일부 국내 이용자는 포켓몬 고 때문에 속초와 독도 등의 지역에 방문했다는 글을 SNS 등에 올렸다.
포켓몬 고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건 유명 캐릭터 IP에 증강현실을 입힌 덕분이다. 증강현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스마트폰 화면에 나오는 실제 장소로 가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게임 이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야외를 뛰어나디고 있다.
그 동안 게임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됐던 집이나 PC방, 때론 커피숍 등 고정된 장소에 가만히 앉아선 '포켓몬 고'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머리와 손을 떠나 몸을 사용해 움직이는 게임 문화가 만들어지게 됐다.
게임 문화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켓몬 고를 제작한 나이앤틱이 이용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몬스터 사냥을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이를 SNS 알리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게임 플레이를 위해 속초행을 선택한 것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고 또한 마찬가지.
한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는 고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몸을 사용하는 방식이 주된 게임성이다. 이를 이용자들이 받아드리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몸을 쓰는 게임 문화가 창조된 것으로 봐야한다. 기존 게임 문화의 진화에도 포켓몬 고가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임을 통해 운동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용자와 만나 게임을 함께 즐기는 환경에 더욱 익숙해 질 것으로 보인다. AR과 VR게임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켓몬 고로 되돌아본 게임 문화
물론 골방에서 게임하던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낸 건 포켓몬 고가 처음은 아닌다. 특히 우리나라는 PC방 게임 문화를 중심으로 게임 산업이 커왔다.
셧다운제 등 정부의 게임 규제에 몸살을 앓아왔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뭉쳐 게임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PC방에서 리니지,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3 등이 인기를 얻은 이유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길드 모임이다.
길드원들은 게임을 벗어나 식사도 하고, 때론 술을 마시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해왔다. 길드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공동체로도 불린다.
e스포츠는 또 다른 게임 문화로 각광을 받았다. 임요환 등 프로게이머 등이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도 e스포츠 게임 문화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e스포츠 게임 문화를 이끈 것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외에도 리그오브레전드, 피파온라인3, 블레이드앤소울, 크로스파이어 등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의 토너먼트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오는 9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를 앞두고 ‘2016 코카콜라 제로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LCK서머)의 2라운드를 본격화 했다. 앞서 넥슨은 상반기 ‘EA스포츠 피파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2016’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스튬에 보는 게임까지…새로운 게임 문화 이끌어야
게임 주인공을 꿈꾸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게임 캐릭터 의상을 입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코스튬 플레이 문화였다. 이 문화는 게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 등과 각종 게임 행사에선 게임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사 역시 코스튬 플레이 문화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코스프레를, 네오플은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인 ‘애니메 엑스포 2016’ 기간 던전앤파이터 코스프레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보는 게임 문화도 수면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복수의 전문가는 게임 플레이의 대리만족을 원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게임 전문 VJ들이 보는 게임 문화를 이끈 주인공이란 말도 들렸다.
관련기사
- 포켓몬 고, '운전 중 사고' 막으려면2016.07.16
- 출시 안 된 포켓몬 고, 한국선 어떻게?2016.07.16
- 포켓몬고, AR에 광고 입히니 '효과 대박'2016.07.16
- 포켓몬 고 개발사, 왜 구글과 결별했나2016.07.16
포켓몬 고의 열기가 지속될지, 아니면 수그러들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유명 콘텐츠의 IP와 AR 기술의 융합이 게임 문화의 창조를 이끌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게임 문화의 발전은 시장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향후 게임과 증강현실 융합 시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디지캐피탈(Digi-Capital)은 2020년 VR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4조원), AR 시장 규모는 1천200억 달러(약 137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상황에선 포켓몬 고가 오랜 시간 인기를 얻을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는 않다. 게임사들이 어떤 작품으로 게임 문화를 진화시키거나 창조시킬지가 핵심이다. 이 핵심을 꽤뚫을 주인공이 국내에서도 탄생해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