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데이터센터에서 한층 확장된 클라우드컴퓨팅 비전을 제시했다. 자사가 지향할 클라우드 인프라는 5G같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연결될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센서 등 단말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 저장, 분석해 민첩한 비즈니스 운영을 촉진할 구심점 역할을 하리란 메시지를 구체화했다.
12일 인텔은 PC와 모바일 기기같은 클라이언트 단말과,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서버 시스템이나 슈퍼컴퓨터가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란 관점을 제시했다. 회사측은 "모바일 이용자 증가가 스마트폰이 네트워크와 서버 인프라 확대를 이끄는 열쇠가 됐다"며 "인터넷 사용량은 폭증세고 네트워크는 더 붐비게 됐다"고 강조했다.
즉 기본적으로 인터넷 사용을 전제하는 사용자 단말의 증가는 해당 단말의 접속을 지원할 네트워크와 서버 인프라의 확대를 이끈다는 아이디어다. 작은 IoT 기기와 PC 및 모바일 디바이스, 데이터센터의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스템의 확산은 서로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인텔 클라우드컴퓨팅 비전의 출발점이다.
인텔은 '다양한 컴퓨팅 파워, 효율, 기능으로 차등화한 프로세서를 적재적소에 제공한다'는 기존 슬로건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를 자사 클라우드컴퓨팅 비전을 완성하기 위한 3가지 신규 주력 분야에 확대 적용했다. 클라우드컴퓨팅 비전을 구성하는 3개 분야별 인텔의 핵심 사업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IoT센서 증가로 이들이 연결될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게이트웨이의 컴퓨팅파워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각 컴퓨팅 노드(센서, 게이트웨이, 데이터센터)에 알맞은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둘째, 5G같은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 구현에 걸맞는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대응 기능(암호화, 스위칭)을 담은 최신 제온칩, 전용 네트워크카드(NIC),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공급한다.
셋째, 비즈니스 데이터로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HPC 시스템 시장에서 GPU 병렬컴퓨팅 시스템보다 효율적으로 머신러닝알고리즘을 처리할 수 있는 '제온파이'를 공급한다.
■IoT 구성요소의 두뇌 장악
인텔은 자사가 각 기술 영역별 컴퓨팅 솔루션으로 프로세서를 공급해 왔으며, 현재 이들 기기를 안전하게 연결해 그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기술을 갖췄고, 데이터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분석 역시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그 가치를 각 사용자 기기와 IoT 디바이스에 전달하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IoT 서비스에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양상이 '구글홈'이나 '아마존 에코'같은 홈어시스턴트 기기의 IoT게이트웨이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되는 단말기든, 네트워크의 "말단에서 클라우드를 통해 또 다른 기기로 연결되는" 근본 형태는 비슷하다고 파악했다.
스마트 가전뿐아니라 전기 계량기 등 센서 장치가 5G같은 고속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용량과 과금 정보를 분석하고 소비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시나리오가 일상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가정을 넘어 병원에서 환자 정보를 다루는 스마트 의료, 자동차 업계에서 도로 및 주행 환경과 차량 상태 정보를 다루고 이를 텔레매틱스 기반으로 연결된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게 하려는 스마트카 등의 산업 IoT 시나리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봤다.
이처럼 인텔은 기업들의 서비스 전략은 플랫폼이 돌아가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서비스가 연결되는 단말기 및 게이트웨이를 전제하게 될 테니, 각 요소에 투입될 인텔의 프로세서 수요 역시 촉진될 것이란 관측을 제시했다. 저전력 프로세서 '쿼크'를 센서 디바이스에, '아톰'을 게이트웨이에 배치하고, 기존처럼 ‘코어’ 시리즈를 태블릿이나 PC에, 서버칩 ‘제온’과 ‘제온 파이’ 프로세서를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두면 전체 서비스 인프라를 아우르는 그림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통합으로 최적화
인텔은 클라우드컴퓨팅 비전을 구체화하면서 IoT 서비스가 돌아가는 데이터센터, 게이트웨이, 단말과 센서 각각을 호명하는 것을 넘어 이들간의 원활한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도 핵심 요소로 꼽았다. 특히 IoT 서비스 시나리오에 걸맞는 차세대 통신기술로 표준화가 한창인 5G 네트워크의 역할에 업계 기대가 모인 가운데, 인텔은 이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NFV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NFV는 전용 프로세서와 하드웨어로 구동되는 개별 네트워크 장비에 종속됐던 처리 기능을 가상화해, 인텔 제온 시리즈같은 범용 인텔 서버에서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서버 가상화를 통해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을 단일 서버에 합친 것처럼 NFV로 여러 네트워크 장비 역할을 단일 서버에 맡길 수 있게 해 준다. 단 이를 위해 해당 네트워크 장비를 훨씬 웃도는 컴퓨팅 파워와 여러개의 코어가 필요해진다.
인텔 측은 "14nm 공정으로 성능 효율을 높이고 최대 코어 수를 22개로 늘려 자체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제온E5 v4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NFV 지원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 "가상화를 위해 고성능 SSD와 전용 네트워크 카드도 함께 제공하며, 기본 내장한 암호화 명령어셋으로 기존 v3 시리즈의 2.4배 속도로 암호화를 처리할 수 있어 사실상 암호화를 안 할 때와 성능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인텔에 따르면 서버와 스토리지를 넘어 네트워크로 가상화 방법론을 확장해 대두된 NFV의 활용 결과가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라는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 SK텔레콤을 비롯해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NFV를 앞다퉈 도입 중이고 여러 서비스 기능들이 NFV를 바탕으로 개발돼, 사업자들이 시장에 대응하는 기간을 단축시켰다는 평가다.
■제온 파이, 슈퍼컴퓨팅의 대중화
선순환에 초점을 맞춘 인텔 클라우드컴퓨팅 시나리오의 마지막 퍼즐은 HPC 시스템이다. 흔히 슈퍼컴퓨터라 불리는 HPC는 기기와 센서의 데이터가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센터로 흘러든 이후 가치 창출을 담당한다. 대규모의 데이터를 분석에 요긴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이다.
그 역할을 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 시리즈가 맡는다. 인텔은 제온파이 프로세서의 역할 가운데 머신러닝 알고리즘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에게도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기반한 분석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다. 이제 상품판매정보(POS), 고객정보(CRM), 경영정보(ERP)같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넘어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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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논리는 이렇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넘어선 영역의 데이터 분석 상당 부분을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게 맡겨야 한다. 컴퓨터에 맡기는 분석은 최대한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설계된 과정, 즉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병렬컴퓨팅 연산의 형태를 띨 것이다. 병렬컴퓨팅 연산을 위해 수많은 코어를 탑재한 프로세서가 여럿 필요하다. 여기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스트림프로세서를 쓰면 CPU와의 협업 효용성이 떨어지고 별도의 데이터 처리 작업을 거쳐야 하는 단점이 크다.
이에 인텔은 단일 칩에 GPU 대신 작은 CPU를 최대 72개 집적한 제온파이 프로세서를 만들었다. GPU 기반 시스템 대비 제온파이 기반 머신러닝 분석 솔루션이 과학 분야에서 5배, 데이터 시각화에 5.2배, 금융데이터 처리에 2.7배 성능을 내며, 제온파이는 일반 x86 CPU 구조를 갖고 있어 기존 범용 시스템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환경에 맞물리는 등 장점이 많다고 인텔 측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