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연합(EU)에서 최대 30억 유로(약 4조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실일 경우 EU가 특정 기업에 부과된 금액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EU가 벌금을 부과할 경우 구글은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어 경우에 따라선 초대형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15일(현지 시각)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수 주 내에 구글에 대대 30억 유로 벌금을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반독점 혐의 인정 땐 매출 10%까지 벌금
구글은 유럽에서 쇼핑 비교 검색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에서 반독점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EC는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EC는 구글에 최대 66억 유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30억 유로는 구글 매출의 5%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벌금 규모는 지난 2009년 인텔에 부과된 11억 유로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텔레그라프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C는 여름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구글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르면 6월 중 공식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하지만 EC 관계자는 구글에 대한 벌금 액수는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고 텔레그라프가 전했다.
■ 2010년부터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
유럽에서 구글이 반독점 혐의를 처음 받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2월이었다. 당시 영국 가격 비교 사이트인 파운뎀과 독일 쇼핑 사이트 차오 빙 등이 구글이 반독점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제소했다.
이들의 제소장을 받은 EC는 그해 11월부터 구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의 초점은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구글은 유럽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구글 압박엔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가세했다. 2011년 4월 MS는 “EC가 진행 중인 조사와 관련해 정식으로 제소장 접수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반 구글 진영에 가세했다.
경쟁사와 EC의 압박을 받은 구글은 2013년 4월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해빙 무드를 조성하는 듯 했다. 당시 제안에서 구글은 여행, 레스토랑 검색 결과에서 자사 관련 콘텐츠는 반드시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의 제안에 대해 EC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분쟁이 종료되는 듯 했다. 당시 EC집행위원이던 호아킨 알무니아가 구글의 수정안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때문이다.
하지만 MS, 옐프 등 경쟁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다 온건파이던 알무니아 대신 후임으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가 지난 해 11월부터 EC 집행위원을 맡으면서 구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였다.
텔레그라프 역시 “온건했던 알무니아와 달리 베스타게르는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EC는 비교 검색과 함께 안드로이드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어 상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EC "여행-지도 등에 대해서도 조사 의향"
결국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지난 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조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구글과 지주회사인 알파벳에 동시에 발송했다.
당시 EC는 크게 세 가지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구글 상용 앱 라이선스 대가로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 사전 탑재를 요구한 것.
-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위에 경쟁 운영체제를 구동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한 것.
- 구글 검색을 독점적으로 사전 탑재한 대가로 단말기 제조업체와 무선 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 점.
이번 조사의 근거가 된 것은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제102조다. TFEU 102조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무역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쟁을 방해 또는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 당시 EC는 “당사자의 반론을 들은 뒤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C가 구글에 30억 유로 벌금을 부과할 경우 보고서 후속 조치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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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의 압박은 쇼핑 비교 검색과 안드로이드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지난 13일 “여행과 지도 등 구글의 다른 분야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구글은 언급을 피했다고 텔레그라프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