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매서운 경고장을 보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조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구글과 지주회사인 알파벳에 동시에 발송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글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은 20일(현지 시각)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단말기 및 무선통신 사업자에게 제한을 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해 4월 처음 조사를 시작할 당시 제기한 혐의가 대부분 입증됐다는 선언인 셈이다.
■ "구글-알파벳에 심사보고서 발송"
EC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반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 업무도 총괄하고 있다.
이날 EC가 제기한 구글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구글 상용 앱 라이선스 대가로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 사전 탑재를 요구한 것.
-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위에 경쟁 운영체제를 구동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한 것.
- 구글 검색을 독점적으로 사전 탑재한 대가로 단말기 제조업체와 무선 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 점.
이번 조사의 근거가 된 것은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제102조다. TFEU 102조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무역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쟁을 방해 또는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EC의 이번 조사 결과는 곧바로 구글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결정문을 채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구글과 함께 지주회사인 알파벳도 조사를 하게 된다.
EC로부터 조사보고서를 받은 구글과 알파벳은 제기된 혐의에 대해 소명을 할 수 있다. 이 때 답변 문서를 제출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엔 구두 변론 기회를 요구할 수도 있다.
EC 역시 이날 공식 보도자료에서 “당사자가 반론권을 행사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조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해서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반독점 혐의에 대한 조사 시한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EC는 “사안의 복잡성과 변수, 반론권 행사 범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반독점 조사 기관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MS 독점 조사 땐 4년 여 동안 공방
구글 이전에 EU의 조사 대상이 됐던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EC가 처음 MS에 대한 반독점 혐의 조사에 착수한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세계 PC OS시장의 95%를 독식하던 윈도 OS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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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4년여를 끈 끝에 2003년 8월에 마무리됐다. EC가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 혐의가 있다고 판정한 것.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10월에는 4억9천720만 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따라서 구글과 EC의 법리 공방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구글 역시 이번 사안 결과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