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아티클을 전면 확대한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정원 넓히기’ 작전에 나섰다. 이번엔 이용자들이 오래 머문 사이트의 콘텐츠를 우대하는 쪽으로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페이스북은 21일(현지 시각) 좋아요나 댓글이 많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이 오래 머무른 콘텐츠는 우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뜻 보기에 따라선 이번 업데이트는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이미 페이스북은 지난 해 6월 머문 시간을 중요한 잣대로 적용하겠다고 한 적 있기 때문이다.
똑 같은 정책을 반복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지난 해 적용한 알고리즘은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것들을 대상으로 했다. 인링크 상태에서 읽게 되는 글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얘기다.
■ "좋아요 누르진 않지만 보고 싶어하는 글 반영"
반면 이번 정책은 아웃링크 콘텐츠에 적용되는 것이다. 페이스북 내에서 링크를 누른 뒤 해당 사이트에 가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해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내에 ’머문 시간’을 우대한 건 인스턴트 아티클 때문이었다. 한 달 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턴트 아티클 콘텐츠를 좀 더 많이 노출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번엔 뉴스피드에서 링크를 누른 뒤 해당 사이트로 가서 머문 시간을 잣대로 한다. 언뜻 보기엔 인스턴트 아티클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양질의 콘텐츠를 잘 노출해주겠다는 의도처럼 들린다.
실제로 페이스북도 그런 취지로 설명했다. 사람들이 읽기를 원하긴 하지만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지 않는 이야기들을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그 대표적인 사례로 심각한 시사 관련 얘기나 친구의 슬픈 뉴스 같은 것들을 꼽았다.
이런 글들엔 ‘좋아요’를 누르는 등의 반응을 하진 않는 대신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게 됐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설명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는 걸 어떻게 적용하냐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A, B 두 사이트가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업로드한다고 가정해보자. 페이스북이 바뀐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위해선 그 전에 이용자들이 두 회사 콘텐츠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과거 이용 행태를 토대로 현재 올린 콘텐츠를 어떻게 노출할 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인스턴트 아티클과 인앱 브라우저에서만 적용
페이스북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인스턴트 아티클과 페이스북 인앱 브라우저에서 보인 반응을 토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다. 모바일에서 접속할 경우 인링크 방식으로 작동하며 PC에서 보면 해당 사이트로 아웃링크 된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인앱 브라우저는 뭘까?
인앱 브라우저는 현재 소수의 iOS 기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 중이다. 인앱 브라우저는 페이스북이 올 초부터 테스트 중인 새로운 브라우저다.
쉽게 설명하자면 페이스북 앱에 모바일 웹 기능을 곁들였다고 보면 된다. 페이스북 앱에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즐겨찾기까지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과 인앱 브라우저에만 적용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정확한 콘텐츠 소비 행태를 알 수 있는 건 그 둘 뿐이란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링크를 누른 뒤 곧바로 다른 브라우저를 띄워서 볼 경우엔 특정 사이트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앱 브라우저를 언급하긴 했지만 핵심은 인스턴트 아티클이라고 봐야 한다. 소셜 미디어 전문 매체인 소셜미디어 투데이도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일단 그 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그 동안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 콘텐츠를 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좋아요나 댓글 수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매체를 우대할 수 있게 됐다.
■ 양질의 콘텐츠 유통 두 마리 토끼 노린 듯
알고리즘 관리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꼼꼼한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 전면 확대 조치를 적용하자마자 이번 조치를 적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가 페이스북 담장 안에서 유통되도록 적극 장려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의문거리는 또 있다. 언론사나 콘텐츠 생산업체들이 고의로 로딩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체류 시간을 확장하는 걸 어떻게 걸러내느냐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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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선 검색 전문 사이트 서치엔진랜드가 잘 설명했다. 일단 페이지가 다 뜬 뒤부터 시간을 계산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또 머문 시간의 최대치를 둘 경우엔 ‘긴 글’들만 잔뜩 노출되는 상황도 미리 배제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인스턴트 아티클이라고 봐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우대하려는 페이스북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깔끔한 정원’ 속에 모든 걸 구비하려는 그들의 전략이 살짝 두려운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