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받으려는 스타트업이 쿠팡먼저 찾게 하고 싶다"

투자개발실 신설...고객 가치 확대 행보 가속

유통입력 :2016/04/18 15:08

황치규 기자

공격적인 사업 행보로 IT와 유통 업계에서 이슈메이커로 통하는 쿠팡이 올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나름 관심을 끌 것 같다.

쿠팡은 최근 투자개발실 조직을 신설하고 스타트업들에 대한 전략적 투자 및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 분위기가 좀 가라 앉았다는 얘기가 들리는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주목된다.

쿠팡의 투자 전략은 전략적 지분 확보나 인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 투자 수익과는 거리가 있다. 쿠팡식으로 표현하면 고객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가진 회사라면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게 회사측 입장이다.

쿠팡의 정상엽 투자개발실장은 "스타트업 투자는 외부에서 혁신을 수혈해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작은 회사, 큰 회사 가리지 않고 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에 도움이 된다 판단되면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쿠팡은 고객을 명분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적자를 무릅쓰고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고객에 도움이 된다는게 이유였다. 고객을 이유로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쿠팡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비치는 이유다. 분위기만 보면 로켓배송의 뒤를 잇는 쿠팡발 대형 이슈가 스타트업과의 협력에서 탄생할 수도 있다.

쿠팡이 구체적인 규모나 분야를 정해놓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건 아니다. 회사측에 따르면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진 스타트업이면 후보가 될 수 있다. 사업 모델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한 스타트업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과 비슷한 행보다.

정상엽 실장은 "인수합병 하면 회사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쿠팡 입장에선 사람이 더 중요하다"면서 "어떤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경험을 했던 리더에게 투자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고객에 도움이 될만한 스타트업이면 업종 불문이라 하지만 쿠팡이 나름 주목하는 스타트업 카테고리는 있다.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한 ▲기술 기업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핀테크 분야 업체들이다. 혁신적인 기술은 물론 가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경쟁력이나 고객 서비스 역량을 가진 회사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정상엽 실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카테고리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쿠팡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면서 "고객들이 쿠팡에서 사고 싶은 게 꼭 공산품이나 농산품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음악이나 동영상, 나아가 금융 상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상엽 실장은 "이런 니즈(needs)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우에 따라 콘텐츠나 핀테크 역량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쿠팡이 투자하고 싶어할 만한 회사들이 많이 있을까? 국내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을 놓고 다양한 시선이 있지만 쿠팡 합류전 밴처캐피털에서 3년여간 투자자로 활동해온 정상엽 실장은 나름 긍정적이다. 정 실장은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과 질적으로 성장했고, 건강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진정성을 갖고 스타트업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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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올해 몇개 회사에 얼마를 쏟아부을지는 확실치 않다.그럼에도 나름 상징적인 목표는 있다. 투자받고 싶어하는 스타트업들이 쿠팡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말만으로 그냥 되는 성격의 일은 아니다. 정상엽 실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을 잘 알리고 진지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해야 쿠팡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상엽 실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앞으로 각종 스타트업 행사에서 쿠팡의 발표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쿠팡이 어떤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을지, 또 국내 스타트업들이 쿠팡이 던지는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