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케이블 업계…돌파구는 ‘플랫폼 투자'

"아날로그 버리고, 디지털화에 투자해야"

방송/통신입력 :2016/03/25 18:16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케이블TV 산업이 출범 20 여년만에 벼랑 끝에 섰다. 최근 2~3년 사이 케이블TV 업체들의 가입자와 매출 성장세는 급격히 꺾인 반면, 경쟁자인 IPTV 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TV 산업의 위기는 어디서 온 것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케이블TV 업계와 미디어 학계는 ‘투자’에 주목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시절’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왔고, 이제 여력이 남아있는 지금이라도 플랫폼 혁신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25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산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케이블TV 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미래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케이블TV 업계가 위기이기는 하지만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방송산업은 지난 10년간 누적 매출액 30조원, 연매출 2조600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케이블TV 산업은 전체 잉여금의 65%를 가져갈 만큼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설비투자 실적은 미진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 이후에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도별 방송통신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SO의 매출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2005년 25.28%에서 2014년 8.55%로 급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손지윤 뉴미디어정책 과장도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콘텐츠, 부가서비스 등 다각도의 투자가 진행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손 과장은 “미국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SO들의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며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서, 좀더 공격적인 투자 목표치를 세우고 정부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마인드로 산업에 접근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비스, 기술,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 아직도 아날로그 패키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전무는 또 “최근 미국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는 자신들이 기회라고 선언했다”며 “우리 케이블 업체들은 네트워크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위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기술에 기반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TV 가입자 기반을 이용해 지역기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플랫폼 혁신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종관 센터장은 “1500만 가입자가 케이블TV를 떠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될 필요가 있다”며 “지역기반의 O2O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TV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 정부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종관 센터장은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 규제기관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미래부와 방통위는 방송산업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 규제기관이 되어야 하고 케이블TV업계는 유료방송산업의 산업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게 협업하는 형태가 되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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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손지윤 과장 역시 시설변경 허가 완화 등 규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규제로 인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아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제 정부도 함께 발 맞춰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방통위 신영규 과장은 “방통위는 중장기적인 방송정책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비전을 설정하게 되면 전문규제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