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다. 법으로 문제가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다. 차분히 정부 심사 과정을 지켜 보면서 조금 더 좋은 시장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정부가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절차대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 공개 토론회를 더 열어서 시민 얘기를 들어라.”
24일 공청회를 끝으로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한 정부의 의견수렴 절차가 모두 끝났지만, 합병 찬반진영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마지막 의견수렴 절차인 공청회 현장에서도 근 4개월여 동안의 지루한 공방전을 끝내고 인가 당국의 의견을 기다리자는 합병 찬성파들과, 의혹해소를 위해 '끝장 토론'을 이어가자는 합병 반대진영간 설전이 이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날 주최한 인수합병 공청회에서는 당초 정부가 합병과 관련한 기조를 발표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지난 토론회 때보다 더 강도가 높은 신경전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들 대부분이 과거 국회나 학계, 미래부 등이 주최한 토론회 등에서 나온 쟁점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인수합병의 최대쟁점인 경쟁 제한성과 시장 지배력 전이, 방송송의 공공성 침해 가능성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서로 맞섰다. 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합병 반대 진영이나 수성에 나서는 합병 찬성진영 모두 새로운 근거자료나 논리를 내세우기 보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하는 데 그쳤다.
특히 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학계나 시민단체들도 논리적 타당성이 있는 어느 한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기 보다는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채 마지막 공개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번에는 당초 일정대로 합병심사를 요구하는 주장과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정부가 판단을 유보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반대파들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선언한 지난해 11월부터 합병 찬반 공방을 근 4개월여 동안 이어온 만큼, 이제는 대결을 끝내고 인가당국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주장과 시간이 갈수록 각종 문제점과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논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방송협회 조성동 연구위원은 “시장 집중도에 따른 손실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지 단기간에 빠르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정말 중요한 사업이라면 SK텔레콤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면서 “국내 방송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경쟁적인 결합판매로 과잉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통합방송법 이후로 심사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회대 최영묵 신방과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은 소고기 값이 떨어졌다고 소를 트랙터 공장에 팔아버리고 공장을 소키우는 집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면서 “단순한 두 제조업이나 통신사끼리의 인수합병이 아닌 만큼 특별한 이슈로 보고 통합방송법 이후까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반대 진영에서 심사 기한을 늦추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나선 반면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등 합병 찬성 진영에서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시장변화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경쟁사들이 변화에 동참하고, 이제 심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은 “인수합병으로 경쟁사들이 생각지 못하는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가상의 시나리오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노력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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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 탁용성 상무도 “반대의 주장은 케이블 가입자가 이탈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걸 대안도 없이 방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차분히 지켜보면서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역설했다.
합병 찬반 진영간에 이처럼 공방을 연출했지만, 심사 당국인 미래부는 추가 토론회나 공청회 등 공식적인 차원의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는 아직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