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방송 합병에 관련한 법률중 당초 이달 중 결론이 내려져야 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결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으로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통신-방송 기업간 결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정치권, 지상파 방송사 진영까지 합병을 둘러싼 찬반 공세에 가세하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심사기관이 여론을 핑계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4일 마지막 여론수렴 장치인 공청회에서 타당성 있는 논의들이 전개되고 합병인가 기관의 기본적인 입장이 정리되면서 지지부진 하던 인허가 심사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1일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 인허가 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공정거래법 등 방송-통신 기업결합과 관련한 법률에 따르면, 당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인수합병 심사는 특별한 예외적인 사항이 도출되지 않는 한 이 달중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당초 미래부의 합병인가 심사에 반영되어야 할 공정위의 의견서 제출이 지체되면서 전체적으로 합병 인허가 심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 2월 결론 무리…“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길어진 탓”
합병인가 심사 기관인 미래부는 법률에서 정한 심사 기한인 2월 말까지 최종 합병인가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상적으로 합병인가 심사를 위해서는 사전에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따른 반독점 및 경쟁성 심사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공정위에서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래부는 단독으로 심사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인수 합병과 관련한 공정위 의견이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는 만큼, 종합적인 합병 심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미 심사 기한인 30일을 다 쓰고, 연장 가능한 90일을 이용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미래부 역시 이달 중 법정 심사 기한(최장 90일, 1회 연장 가능)을 모두 소진하게 되지만, 공정위 심사 지연에 따른 초과분은 ‘특수한 상황’에 해당돼 불가피하게 합병 심사 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 법률상, 합병 심사 일정은 항목별로 적시되어 있지만, 특수한 일정이 발생할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예외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심사기관에서 합병사들에 추가로 요청하는 자료 보정 요청도 미래부의 결론을 늦추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미래부는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SK텔레콤 측에 자료 보정 요청을 한 상태다. 공정위도 자료 보정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료 보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심사 기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왜 늦어지나
최종적인 합병 인허가 기관인 미래부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합병 인허가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결합심사를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두 회사의 결합이 몰고올 시장을 예측하고 시장 획정 후 경쟁 제한성을 심사하게 된다. 시장획정이란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할 때 경쟁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상품지리적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경쟁 제한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선뜻 쉽게 결론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CJ헬로비전의 78개 방송구역을 단위로 시장점유율을 판단할지, 아니면 전국을 단일 시장권으로 판단해 점유율을 판단할지 공정위의 판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2위 간 시장점유율차 25%포인트 이상 ▲시장점유율 1위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1위 사업자 점유율이 50% 이상일 것)에 모두 해당될 경우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 기업 결합 제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은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기업결합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정위는 양사간 기업결합이 이통시장 1위, 케이블TV 1위 사업자간 결합이라는 이유로, 합병 심사와 관련해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진행된 토론회에서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 심사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의 내용이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공정위의 협의를 거쳐 60일 내에 심사 결과를 내야 하지만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내용을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이 내용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돼 심사 기한을 넘겨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여기에 추가로 자료 보정도 이어져 심사기한인 2월 안에 결론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공청회 계기, 인허가 심사 속도낼까?
기대만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인수합병 심사는 24일 공청회 개최를 계기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래부 주관으로 열리는 공청회는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측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주장을 밝히고 최종적인 여론을 수렴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발제에 나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통신과 방송 영역별로 주요쟁점을 구분하고, 각 쟁점별 찬반 의견을 정리한 자료를 발제함으로써 교통정리도 기대된다.
KISDI는 통신 시장에 있어 두 기업의 결합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나눠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다. 또한 방송 시장에서는 지역성과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 SO의 경쟁력과 콘텐츠 산업의 발전, 유료방송산업의 경쟁력 등을 쪼개 정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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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찬반 입장을 형평성 있게 다룬다는 계획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한쪽의 논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위 사전협의,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와 별개로, 미래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전 검토를 꼼꼼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