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지난 달 ‘B tv 모바일’과 ‘호핀’을 통합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를 야심차게 출시하고 본격적인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에 나섰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아직은 설익은 음식을 서둘러 내놓은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 등을 파격적으로 담은 혁신성은 인정 하더라도 엉성한 디자인, 사용자를 배려한 서비스 구성 등은 앞으로 더 보완돼야 할 부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미디어 업체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옥수수만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요즘 뜨는 MCN, 한눈에
지난 달 28일 SK브로드밴드가 출시한 옥수수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실시간 18개 채널과 VOD 15개 카테고리 등 총 33개의 스포츠 동영상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JTBC와 공동 제작하는 첫 모바일 예능 ‘마녀를 부탁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72초 TV인 ‘72초 데스크’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단독 제공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다이아 티비', '트레저헌터' 등의 콘텐츠 제작 파트너들과 협력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MCN 콘텐츠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큰 차별화 요소로 평가된다.
■2% 부족한 사용자 배려
그러나 기대감을 품고 실제로 옥수수를 사용해 본 결과 “앱이 별로 친절하지 않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메뉴와 채널들이 있지만, 뭔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카테고리에는 무슨 콘텐츠가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어야 하는데, 직관성이 떨어져 보인다.
또 인기 창작자와 MCN 채널이 들어 있어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상 개수만 많아 보일 뿐 방송의 다양성 부문에서는 아쉬움이 들었다. 특정 창작자가 출연하는 영상이 한꺼번에 올라와 있어 다른 창작자의 영상을 보기 위해 밑으로 한참 내려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기존에 있던 영상을 정돈하지 않고 그냥 통으로 올려놓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 옥수수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 ‘방송’ 카테고리다. 특정 영화의 경우 구글 영화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졌다. 같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타 플랫폼에서는 더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대여기간을 더 주는 경우가 발견됐다. 옥수수는 유료 콘텐츠 대여 기간을 2일 제공해 주는 데 반해, 곰TV는 동일 콘텐츠를 같은 가격에 3일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도 발견됐다. 타사 서비스는 ‘구매하기’와 ‘대여하기’를 구분해 가격을 표시하거나 버튼 자체를 분리하는 데 반해, 옥수수는 대여방식의 콘텐츠도 구매하기 버튼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상세 설명란에 재생 가능한 기한이 표시되지만 엄연히 구매하기와 대여하기가 다른 만큼 눈에 잘 띄는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유료 방송 콘텐츠의 경우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되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응답하라 1988’의 경우 본 방송 시점부터 60일 이후 월정액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은 사용자들에게 안내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며칠만 기다리면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자칫 유료로 구매하게 되는 억울함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T프리미엄 플러스' 옥수수로 전환
19일 추가된 ‘SK텔레콤 전용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회사는 5만원대 LTE 요금제(band데이터 51, LTE 52) 이상에 가입한 SK텔레콤 고객에게 최신 영화, TV 예능, 미국드라마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홍보했지만 사실 이는 새로운 혜택이 아니다. 기존에도 ‘T 프리미엄 플러스’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던 콘텐츠 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늘린다기 보다는, T 프리미엄 플러스 사용자들을 옥수수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T프리미엄 플러스가 제공해온 영화 콘텐츠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SK텔레콤 전용관만의 특별한 인기 콘텐츠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초기 500만 다운로드 '선전'" vs "더 보완해야"
구글 플레이 사용자 리뷰를 보면 옥수수는 50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서비스 초기, 숫자면에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평점은 2.8에 불과해 미흡하다. 기존에 ‘호핀’을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오히려 서비스 품질이 뒷걸음질 쳤다는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월정액권을 끊었음에도 볼만한 콘텐츠들은 추가 결제해야 한다는 볼멘 소리도 적지 않다. 그만큼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기대보다 적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옥수수에서 최신 영화·방송 무료로 본다2016.02.19
- 지상파가 SKT-헬로비전 합병 반대하는 속내는?2016.02.19
- SKT, 제휴-합병 확대..."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대변신"2016.02.19
- SKB, 고객자문단 통해 옥수수 서비스 개선2016.02.19
옥수수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한 이후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 강한 자신감과 비전을 품고 출시된 서비스다.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콘텐츠 뿐만 아니라 1인 창작자나 소규모 방송 제작사들의 통통 튀는 영상들을 널리 알리고, 더 폭넓은 사용자들을 끌어 오려는 전략도 담겨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를 겨냥한 서비스로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옥수수를 직접 이용해 본 결과,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문이 많다. 전체적으로 화면 디자인이나 구성에 있어 허점이 엿보인다. 콘텐츠의 차별성도 더 필요해 보인다. 화면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오류도 잦다.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